서울에서 50대 남성이 전 부인과의 재결합을 요구하면서 세 살 된 딸을 데리고 투신자살 인질극을 벌인 끝에 경찰에 체포됐다. 작년 경기도 안산에서 일어났던 고등학교 두 자녀 인질 사건과 동일한 사건이 1년 만에 또 일어난 것이다.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6시50분께 구로구 개봉동 소재 한 빌라에서 장모씨(52)가 세살배기 자신의 딸을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가 “전 부인을 불러달라” 요구하며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소방차와 7시께 현장 도착한 후 투신에 대비해 구조망을 설치하고 장씨를 설득하는 등 구출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경찰을 발견한 장씨는 “구조망이 없는 곳으로 떨어지겠다”며 베란다에 매달린 채 이쪽저쪽을 이동하는 등 난동을 벌였다.
경찰은 인질극 1시간 만에 무사히 장씨를 제압하고 딸을 구출했으며 이튿날인 25일 ‘인질 강요’ 혐의로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이혼한 전 부인 어모씨(44)를 최근 찾아가 “재결합해 함께 살자”고 요구했지만 어씨가 거부하자 딸을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마트 배달원이었던 장 씨는 지난 2011년 11월 어씨와 결혼했으나 성격차·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지난 2014년 별거를 시작했고 올해 1월 이혼했다. 장씨는 작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사건을 저질러 ‘인질 강요 미수’로 입건된 바 있다.
부부불화로 자녀를 납치해 인질극을 벌인 사건은 작년 1월에도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김모씨(47)는 고교생자녀 2명을 흉기로 위협해 인질극을 5시간 동안 벌이다
구로경찰서 측은 “성인간 불화를 이유로 아무 죄가 없는 어린 자녀들을 납치해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반인륜적 중대 범죄”라며 “엄정하게 법원칙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