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임금 없이 강제 노역…청주 '축사 노예'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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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사노예/사진=연합뉴스 |
지적 장애인을 노예처럼 다룬 반인륜적인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12년 동안 지적 장애인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축산농가 김모(68)씨 부부를 입건, 조사 중입니다.
20여년 전 멀지 않은 청주 오송에서 행방불명 처리된 이 40대 지적 장애인은 악취가 진동하는 축사 옆 쪽방에서 생활하며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노역을 강요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평 남짓한 쪽방은 도배는 고사하고 거미줄이 처져 있고, 날파리가 날릴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그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밥을 얻어먹지 못하거나 매를 맞기도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지문 인식만 했더라면 가족의 품에 돌려보낼 수 있었지만 김씨 내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77살의 어머니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애타게 기다렸지만 김씨는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듯한 태도였습니다.
'차고(車庫) 노예', '염전 노예' 등 장애인 인권유린 사건으로 국민이 분노한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장애인들의 인권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지만, 대책은 여전히 요원합니다.
항거불능 상태의 장애인들은 반항조차 못 한 채 노예 생활을 강요받았지만 가해자 처벌은 면죄부 수준입니다.
검·경 조사 과정을 거쳐 기소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일쑤입니다.
1981년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이후 30년이 넘었지만 소수자 인권 보장이 요원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장애인 인권유린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차고 노예'·'염전 노예' 닮은 꼴
청주에서는 7년 전인 2009년에도 '차고 노예' 사건이 터졌습니다.
60대 이모씨가 31년 전인 1985년 부랑자 생활을 하는 지적 장애인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임금도 주지 않은 채 농사를 시킨 전모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씨는 자신의 집을 개축했던 2008년 8월부터 8개월간 이 장애인을 난방과 조명이 되지 않는 차고에 머무르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장애인은 자신이 학대받는다는 것조차 모른 채 생활했고, 언론 보도로 자신의 생활상이 알려진 뒤에야 이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염전 노예' 사건의 실상은 이보다 더 처참합니다.
5년 2개월간 수탈을 당하다가 2014년 어머니에게 편지로 구출을 요청한 지적 장애인 채모씨 사건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밝혀진 전남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는 무려 92명에 달했습니다.
염전 주인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떼어먹는가 하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에게 가혹 행위도 했습니다.
이들의 지능이 낮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 노예처럼 부린 것입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축사에서 노역을 강요당한 지적 장애인이 반인륜적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 '면죄부' 수준 처벌…"법 무서운 줄 알게 해야"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린 가해자들은 사회적 지탄을 받지만 법정에 서면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습니다.
국민 정서와는 다르게 '면죄부'를 받는 것입니다.
청주의 '차고 노예' 가해자인 이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 가서야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20여년간 자신의 집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한 피해자를 8개월간 차고에서 생활하도록 방치하고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육체·정신적으로 학대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자신이 돌보던 장애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주목받았지만 형량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 그쳤습니다.
현행법상 학대죄의 형량은 2년 이하의 징역인데, 가벼운 형량이 규정된 법 조항만 내세운 채 국민 정서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염전 노예' 사건도 마찬가지다.
2014년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서울과 광주에서 진행된 재판은 20건입니다.
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6건에 불과했습니다.
13건의 경우 합의·반성·변제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1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괴롭힌 피고인에게 엄한 처벌보다는 면죄부를 주는 듯한 관대한 처벌이 계속되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이들의 실태를 파악한 뒤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지현상(51) 청주시 장애인단체협의회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음지에 있는 지적 장애인이 인권 유린을 방어하거
사법부에 대해서도 "법이 무서운 줄 알면 장애인들을 학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에서 벗어나 강력한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