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10개에서 4개로 통폐합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알맹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학생수가 줄어드는 만큼 앞으로 대학과 학과를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대학 평가 결과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재정 지원을 늘리겠다는 모순된 방안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좀비 대학’ 퇴출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어떤 대학에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보다 명시적인 목표가 없어 앞으로도 나눠먹기식 배분을 통해 교육부 공무원들의 입김만 커질 여지를 남겼다.
그동안 대학재정지원 사업은 10개씩 중구난방식으로 계획되면서 도입 후 몇년 후에는 당초 목표는 온데간데 없이 결국 나눠먹기로 변질됐다. 과거 숫자를 보면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재정지원 사업은 329개 대학 가운데 233개가 지원받았다. 열 곳 가운데 일곱 곳이 받았으니 ‘선택과 집중’에서는 거리가 먼 셈이다.
최근 5년 사이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대학들이 ‘나랏돈 끌어들이기’에 올인했고 이에 교육부는 선심쓰듯 골고루 지원하는 데 치중했다. 결국 대학들이 우수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경쟁하도록 이끌지 못해 당초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학들은 나눠먹기식으로 나랏돈을 받아 경쟁적으로 학과와 교수를 늘렸다.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유치하려면 교원 충원율 등과 같은 정량지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 전국의 대학 교수는 6만 1993명이었지만 지난해 6만 5423명으로 5.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학 입학생 수는 81만 7142명에서 77만 4611명으로 5.2% 줄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 대학구조개혁평가 2단계 결과와 연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에 재정 지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준 미달 대학을 어떻게 퇴출할 지는 이번 개편안에 담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2015년 2년 동안 대학구조개혁평가 ‘하위등급(D)’을 받은 부실대학 14곳에 600억 405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나눠먹기식 대학 지원이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교육부가 개별사업에 대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모호한 정책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재정지원 사업 목표는 ‘잘 가르치는 대학 육성(ACE)’, ‘지역사회 수요에 기반한 특성화 분야 육성(CK)’, ‘산학협력 선도모델 창출(LINC)’ 등 애매한 표현으로 가득했다. 도대체 혈세가 어떤 목적으로 어디로 흘러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정책 목표만 보고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목표가 모호하다보니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막기위해 교육부는 대학 선정때 평가 지표로 학생 충원율, 전임교수 충원율 등 정량적인 지표를 주로 활용했다. 정량 지표가 많다보니 황당한 지표들도 들어와 사업 목적을 퇴색시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인문역량강화사업(CORE)’의 경우 총장 임용 후보자를 선정할 때 대학 구성원 참여제를 가점 요소로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대학 교직원, 학생 등이 총장을 뽑을 수 있는지를 평가 지표로 봤다는 뜻이다. 이는 학생들의 인문학 역량을 강화하는 취지와 아무 상관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정성평가 비중을 강화하면서 평가위원 선정, 평가 절차 등에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지면 지나치게 교육부 관료의 입김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책목표 불확실성은 결국 사업간 유사·중복으로 이어졌다. 전형적인 예산 낭비 구조다.
예를 들면 어떤 대학이 문학과 공학을 접목한 융복합 학과를 만들었다면 이같은 목적으로 재정지원 사업 2~3개에 응모할 수 있다. 이는 대학재정지원 사업이 10개나 난립한 데 따라 불가피한 결과다. 정책 목표가 뭔지 모르다 보니 대학들도 그저 포장만 그럴싸하게 해서 응모했다. 실제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대학특성화사업(CK)’ 가운데 20%는 인문계·이공계 융합으로 추진하는데, 이는 ‘CORE’로 충분히 지원 가능했다. CORE 가운데 교양과목을 담당하는 대학을 제외한 인문기반융합형, 인문학 심화형 사업은 인문학 역량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CK의 인문계·이공계 융합과 완전히 일치한다.
물론 교육부가 특정 대학이 두개 사업을 따내지 못하도록 감독하지만, 유사 사업 난립으로 사업에 지원하는 대학들이 컨설팅비만 날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대부분의 사업이 끝나는 2018년 이후에는 여러 사업을 통합해 연구, 교육(대학특성화), 산학협력, 대학자율역량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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