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전 시향 감독의 부인이 음해에 가담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박현정 전 시향 대표)
“부인 구씨는 정명훈 전 감독의 총괄매니저 성격이다. 음해에 가담한 게 아니라 직원 인권문제에 조언을 한 것일뿐이다.”(정 전 감독 측)
정명훈 전 시향 감독이 마침내 입국하면서 지난 2014년 말 터진 서울시향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검경 수사가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정 전 감독은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박현정 전 시향 대표와의 명예훼손 쌍방 고소 사건에 대한 입장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정 전 감독을 상대로 부인 구모 씨(68·미국 국적)가 시향 직원들과 함께 박현정 전 대표를 음해하는 데 가담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할 전망이어서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시향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막말·폭언·성희롱 의혹 폭로사건을 수사하면서 역으로 시향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허위 사실을 만들어 언론 등에 폭로했다는 충격적인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음해에 가담한 시향 직원 10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한편, 정명훈 전 감독의 부인인 구씨가 음해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수사해야 한다며 구 씨를 기소중지한 상태다.
이 같은 수사 발표에 발끈한 구 씨는 역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맞서고 있다.
문제는 구 씨가 자신의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해외에 머물며 한국 경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수사당국의 ‘사실관계’ 작업이 암초에 걸렸다는 것이다. 미국 국적자인 구 씨가 자진해서 입국해 수사에 응하기 전까지는 한국 경찰과 검찰이 구 씨를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이런 가운데 남편인 정 전 감독이 7개월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13일 귀국한 만큼 검찰 조사에서 부인의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 전 감독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독일 뮌헨에서 출발한 루프트한자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오는 14·15일 검경 출두를 앞둔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 “한국에 올 때마다 좋다”며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인의 연루 의혹과 시민단체의 항공권 횡령 의혹 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반대로 경찰 수사를 통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뒤바뀐 박 전 대표는 “나를 음해하는 허위 폭로와 기자회견을 전후해 구 씨와 직원들 간 600여건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이 오간 정황이 나왔다”며 “부인이 수사에 응하지 않는다면 (남편인) 정 전 감독이라도 검찰 조사에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향 대표로 경영 효율화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 전 감독과 사사건건 마찰이 발생하자 부인 구 씨가 직원들을 끌어들여 자신을 음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정 전 감독 측은 “(구 씨는) 시향 직원들을 상대로 가해진 박 전 대표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직원들이 어떻게 대처를 할지 묻고 조언을 해준 것일뿐”이라며 박 전 대표가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정 전 감독의 법률대리인은 이날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부인 구씨는) 정 전 감독에게 총괄매니저와 같은 역할
그러면서 “이 같은 매니저 활동을 음해에 개입한 것처럼 (박 전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인 ‘인권침해’ 행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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