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위 간부인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공개되면서 파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교육단체에서는 이준식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나 정책기획관은 지난 7일 한 언론사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등 망언을 한 것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교육부는 나 정책기획관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과음한 상태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을 했다고 해명하며 9일 대기발령을 내렸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교육부가 사건을 축소하고 제 식구 감싸기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며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는 나 정책기획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게시판 3개가 한꺼번에 개설되고 약 1만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나 정책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등을 거쳐 올해 3월 승진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고위공무원단 2~3급)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등 교육부의 핵심 정책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주요 보직이다.
나 정책기획관은 승진 직전 세계은행 교육국에 근무하며 사회협력분야 업무를 맡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세계은행의 교육 전략과 한국의 직업능력개발’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세계은행이 빈곤 퇴치를 위해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 전략 2020’에 대해 다룬 바 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엔 ‘친서민 교육정책 홍보 강연회’을 하면서 학생 잠재력과 가능성을 평가하는 대입전형 입학사정관제, 대학졸업장보다 대우받는 기술인 마이스터고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서민 부담을 덜어주는 학원비 안정화 등을 소개했다.
하지만 나 정책기획관은 문제가 된 술자리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 대해 가슴 아파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 고통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나 정책기획관은 또 월간 고시잡지인 ‘고시계(1993년 6월호)’에 ‘우리 교육의 위기와 신뢰성 확보를 위한 과제’에 대한 예상문제답안을 작성하면서 오랜 유교적 전통의 영향으로 교육이 신분상승과 사회 경제적 위치의 상승, 출세의 수단으로서만 여겨지는 것을 문
하지만 그는 이번에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며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해 비뚤어진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