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0만명 수용한다던 무안공항…작년 이용객 6%, 30만명
↑ 무안공항/사진=연합뉴스 |
'연간 519만명 수용 규모의 여객터미널을 갖춘 국제공항으로서 서남권의 허브공항 역할을 할 것이다'
2007년 무안국제공항(이하 무안공항)이 개항할 무렵 정부 당국자들이 자신있게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입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현재 무안공항의 현실은 정부의 기대와는 완전히 딴판이 됐습니다.
정기노선은 국내선 1개, 국제선 2개 뿐이고 1일 이용객은 평균 850여명에 불과합니다.
무안공항의 적자 규모는 매년 70억∼90억원에 달합니다.
'B 747급 대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활주로를 늘리고 동남아뿐 아니라 미주나 유럽도 오가게 할 것'이란 청사진도 공염불이 됐습니다.
정부의 대표적인 공항 건설 정책 실패 사례입니다.
정부의 '형식적 지역 균형발전론'과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 등이 얽히고 설켜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정부와 전남도는 무안공항 활성화 정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다. 무안공항이 가진 '근본적 한계' 때문입니다.
◇ 기대감만 잔뜩 부풀린 무안공항 개항
정부는 인천ㆍ김해국제공항과 함께 항공교통망의 삼각 축을 형성하고자 1999년 무안공항 건설 사업(부지 256만7천690㎡)에 들어갔다. 3천56억원이 투입돼 착공 8년 만인 2007년 11월 개항했습니다.
연간 14만회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2천800m), 항공기 9대가 동시에 주기 할 수 있는 계류장(9만여㎡)을 갖췄습니다. 주차장(2천95대 주차 규모), 여객터미널(연간 519만명 수용 규모)도 크게 만들었습니다.
시설 규모만 보면 국제공항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정부는 최신 항공안전 시설을 갖추고 있는 데다 이 지역의 연간 안개일수도 16일 안팎에 불과해 인천공항의 대체공항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동남아, 미주, 유럽 등 장거리 국제노선이 확충되면 명실상부한 서남권 허브공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안 기업도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 대한 외국투자를 촉진하고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등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에도 한몫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무안군 몽탄면 주민 김모(49)씨는 "공항 인근 땅값이 오르고 호텔, 업무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등 천지개벽을 할 줄 알았는데 커다란 콘크리드 건물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을뿐"이라고 개탄했습니다.
◇ 동남아 노선도, 김포·인천 노선도 없는 '반쪽자리 국내 공항'
무안공항에는 현재 국내선 1개와 국제선 9개 노선이 취항하고 있습니다.
정기노선은 제주, 중국 베이징, 상해 등 3개 노선이 전부입니다. 나머지 국제선 7개 노선(중국 6개·일본 1개)은 비정기 노선입니다.
김포, 인천 노선도 없다. 국제공항은커녕 반쪽자리 국내 공항이란 말을 들을 법합니다.
지난해 무안공항 총 이용객은 31만5천여명에 그쳤다. 1일 평균 850여명이 이용한 셈입니다.
이용객이 적다 보니 2천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텅 비어 있습니다.
공항 이용객 김모씨는 "공항 활성화 차원에서 주차비를 받지 않는데도 차량이 100대 정도 밖에 안 보인다"며 "주차장을 보고 있노라면 혈세가 낭비된 무안공항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용률이 저조하다 보니 운영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13년 76억2천300만원, 2014년 78억800만원, 2015년 89억6천700만원의 적자를 봤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3년 후 운영 적자가 1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인천·청주·김해공항과 경쟁…활성화 대책 효과도 불투명
정부와 전남도는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제선 노선을 늘리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전남도는 현재 2천800m인 활주로를 3천200m로 늘리고자 정부에 354억원 지원을 건의했습니다.
방콕, 하노이, 타이베이, 마닐라 등 국제선 57개 노선과 제주, 김포, 인천 등 국내선 3개 노선을 확보하면 이용객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KTX 호남선이 무안공항을 경유하면 전북, 충남·북 주민들의 무안공항 이용률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남창규 전남도 도로교통과장은 "무안공항이 현재는 어려움을 겪지만, KTX 호남선이 경유하고 장기적으로 목포-제주 해저터널을 통해 KTX가 운행되면 명실상부한 서남권의 허브공항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한 한국관광협회 임원은 "인천ㆍ청주ㆍ김해공항과 경쟁해야 하는 무안공항은 궁극적으로 입지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근 광주공항에 취항하는 국내선이 무안공항에서 뜬다고 해도 활성화될지 의문"이라고
최근 확정된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방침도 무안공항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게다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전북 새만금공항 건설이 현실화되면 무안공항은 설 자리를 아예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정부와 전남도의 무안공항 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거둘지 불투명한 이유입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