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연합뉴스 |
학부모 2명에게서 반년 간 현금과 상품권 등 460만원 어치의 촌지를 수수하고도 1심에서 무죄를 받아 논란을 일으킨 사립 초등학교 교사에게 항소심이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 구형보다도 형량을 높였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이승련 부장판사)는 8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서울 계성초등학교 교사 A(4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검찰 구형량 벌금 300만원보다 많은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교직에 종사하는 피고인이 교사로서 요구되는 청렴 의무를 저버리고 금품을 수수해 학생, 학부모 및 사회 일반으로부터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며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A씨는 자녀가 계속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금품을 교부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사정도 엿보인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인 학생들은 오랫동안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4년 4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던 A씨는 3월부터 9월까지 학부모 2명에게서 상품권 230만원과 현금 200만원, 공진단 30만원 등 금품 460만원을 받았다. 학부모들은 A씨가 돈을 주지 않으면 자녀를 이유 없이 혼내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한다고 여겼습니다.
학부모들은 이에 A씨에게 금품을 주며 '아이가 숙제를 못했다고 혼내지 말아달라', '상장 수여식에서 차별하지 말아달라', '생활기록부를 좋게 기재해달라', '공부 못한다고 공개 망신주지 말고 칭찬해달라'고 구체적으로 부탁했습니다.
촌지 수수를 파악한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 A씨의 파면을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A씨의 460만원 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해 사회적 논란이 일었습니다.
1심은 지난해 12월 "학부모들의 청탁 내용이 통상 초등생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선생님에게 부탁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사회상규에 어긋나거나 위법하게 또는 부당하게 처리해 달라고 부탁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2심은 "A씨가 받은 금품의 가액은 사교적 의례를 초과한다"며 "자녀들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표면적·비표면적으로 바라거나, 불이익을 주지 말아 달라는 학부모의 부탁은 명시적·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라며 1심을 파기했습니다.
1심 무죄 판결 이후 일각에선 A씨 같은 사립학교 교원의 촌지 수수를 규율하는 법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공립학교 교사의 경우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할 수 있지만, 사립학교 교원은 성립 요건이 더 까다로운 '배임수재' 혐의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사립학교 교원은 국·공립학교 교원과 신분상 차이가 있을 뿐 직무 성격이나 요구되는 공정성에 있어 차이를 두기 어렵다"며 "
A씨와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같은 학교 교사 B(45)씨도 2심에서 벌금 100만원 형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B씨가 촌지 400만원을 받았다며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지만 2심은 수수액을 100만원만 인정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