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을 잘 못한다기에 영어로 쓰라고 했는데, 주제에 맞지도 않는 내용을 장황하게 써 놓고선 ‘외국인이니 봐 달라’고 답안지에 적어 놨습니다.” (K대학 정치학 강사)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숫자 등 정량지표를 주요 대학재정지원사업인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에서 주로 판단하고 있어 수요가 많은 국가의 유학생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국내 학령인구가 줄고 등록금이 동결돼 대학 재정난을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메울 수 밖에 없습니다.”(한 지방 사립대 평가팀장)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특정 국가 유학생 편중현상은 여전하고 유학생 수를 늘리기에만 급급한 정부정책 탓에 중도탈락생 수가 적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공부를 하겠다며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2월 10만5193명, 3월 10만6138명, 4월 10만3509명, 5월 10만344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일시적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가 주춤했던 유학생 수가 올해 상반기 들어 ‘10만명 시대’에 안착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공을 들여온 대학들은 유학생 10만명 시대가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머물며 쓰는 학업비용과 생활비 등 경제적 기대효과가 1조원대에 달한다는 ‘장밋빛 분석’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과 유학생 유치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설명은 다르다. 중국 등 특정 국가, 학부생 위주, 인문사회 계열에 편중된 현상은 여전하다. 이들이 체류 중 내국인 학생들과 섞이지 못하고 언어·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중도 귀국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유학생으로 학생 수 채우기에 몰입한 일부 지방대 때문에 나랏돈까지 줄줄 새고 있다.
2015년도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서울 소재 M대학 등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탈락률이 10%가 넘는 대학만 전국적으로 20곳에 달한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은 “한국의 대학에는 ‘다양성 책임자(Diversity Officer)’가 없다”고 아쉬워한다. 입학과 채용 과정에서 외국인 지원자의 ‘다양성’을 파악하고 이들이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무그룹이 왜 한국의 대학과 기업에는 없느냐는 지적이다.
치솟는 집값 등 때문에 ‘합리적 가격’으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던 과거의 경쟁력도 실종됐다. 집값 고공행진과 치솟는 생활물가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신림동 고시촌 등으로 대거 이주하는 집단적 ‘쏠림현상’까지 관측되고 있다. 빠른
이러한 현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유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만 갖고 본국으로 돌아갈까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김규식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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