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상사가 되고나면 이상해지는건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지요.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직급, 직위가 높아지고 나니까 사람이 변했다' '아니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이런 논쟁이 붙곤합니다.
'새 인물' '새 정치'
선거 때마다 안 나오면 섭한 문구입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최대 이슈였던 공천권 다툼도 바로, 새 인물과 새 정치를 위한 거라고 했었구요. 과연, 진짜였을까요.
새 정치를 기치로 들고나와, 지난 총선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았던 국민의당은 선거비용 리베이트 의혹으로 지도부가 붕괴됐고,
도덕성을 강조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과
보좌진의 정치 후원금 상납비리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이때만해도, 새누리당은 친박·비박이 싸우고 있었기에, 여는 '분열' 야는 '비리'라고 해서 여야가 뒤바뀌었다는 조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새누리당에서도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의원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도대체 새인물은 어디있고 새정치는 어디있냐는 실망으로 바뀌었지요.
20대 국회가 개원한지 한 달 여가 지났습니다. 이거 밖에 안 됐네요. 정치권에서 너무 많은 일들이 터져서 한참 된 줄 알았습니다.
안 되겠는지 여론을 의식한 국회는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내용은 '불체포 특권 포기' '국회 출석 수당 개편'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등 입니다.
여기에 올라온 댓글을 몇 개 볼까요.
'특권 내려놓기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암환자가 스스로 수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 없애고 나면 믿어줄게' '쇼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안 보임' '믿는 놈만 바보'
온 국민이 보고 있는 데자뷰가 국회에선 보이지 않는 걸까요? 의원 징계 강화나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법안은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폐기됐고.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국회의원이 이미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및 갑질 금지'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 말이죠.
문제는, 앞으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회 입성 한 달 만에 갑질 논란에 휘말린 새내기 국회의원도 있으니까요. 세월호 가족의 아픔을 대변했던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박주민 의원은 20대 국회의 희망을 품은 새로운 인물이었지만, 경찰서장들의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면서 너무 과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한 달동안 배운게 이런 것이었을까요? 국회의원이 되니까 변한걸까요,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데 우리가 몰랐던 걸까요.
한 정치학과 교수의 얘기가 떠오릅니다.
법을 만들기 전에, 그 법을 만들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못 하게 하는 법안이 먼저라고 했습니다. 20대 국회가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