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장마예보' 속타는 농·어민들…"닷새째 안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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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예보/사진=연합뉴스 |
"미역은 따서 하루는 말려야 하는데 비 온다고 허니께 사나흘 작업을 못 하고 있는디. 장마가 오긴 오는 것인가 모르것소."
전북 군산 어청도에 사는 어민 이모(64·여)씨는 23일 나흘 만에 미역을 따러 갈 채비를 갖추면서 원망 섞인 어조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요 며칠 기상지청이 발표한 장마예보가 빗나가면서 한창 미역을 따야 할 시기에 사나흘을 허비했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지난주 일요일부터 장마가 온다고 해서 넋 놓고 있다가 이번 주 내내 미역 일은 공쳐버렸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전주기상지청은 지난 주말인 19일부터 전북지역이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보해 왔습니다.
강수량도 시간당 20㎜가 넘을 것이라는 예보도 2차례나 했다. 특히 22일에는 많은 비가 내리겠다며 21일 오전에 호우 예비특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장마예보는 번번이 빗나갔고 이 기간 전북에는 5∼10㎜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김성래(62) 어청도 어촌계장은 "요즘 들어 장마예보가 자꾸 빗나가면서 어민들이 조업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아서 불만이 있다"며 "최근 몇 년간은 일기예보가 대부분 들어맞아 어민들이 항시 예보를 믿고 조업을 준비했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촌도 엇나가는 장마예보에 농민들의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수박 농사를 짓는 김모(46)씨는 오락가락하는 일기예보에 요즘 허둥지둥 농사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비닐하우스 없이 노지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경우 비가 적으면 밭에 물을 뿌려줘야 수박이 상하지 않습니다.
최근 장마예보가 맞지 않으면서 김씨는 예보만 믿고 손 놓고 있다가 다급히 밭으로 뛰어가는 일이 잦습니다.
수박 농사를 짓는 다른 농민들도 상황이 비슷한 형편입니다.
김씨는 "노지 수박은 요즘이 한창 수확철이기 때문에 일기예보가 중요하다. 특히 넓은 수박밭에 물을 뿌리려면 7∼8명 정도가 필요한데 급히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예보를 담당하는 기상지청도 예보가 엇나가면서 당황해하고 있습니다.
기상지청은 올해 장마전선의 유동성이 전년보다 강해 예측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은 온도 차가 큰 오호츠크해 기단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생겨나는데 전선의 위치는 두 고기압의 세기와 관계된다"며 "현재는 예상보다 오호츠크해 기단의 세기가 강해서 장마전선이 남쪽에서 북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
그는 이어 "장마전선은 여러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서 위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며 "올해는 특히 장마전선의 유동성이 강해 예보가 맞지 않아 항의 전화도 많이 받고 있다. 앞으로 불편하지 않게 정확한 예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