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원 주면 정규직 전환? 한국지엠 채용비리…'고질적 악습'
↑ 한국지엠/사진=연합뉴스 |
최근 전·현직 회사 임원과 노조 간부들이 납품 비리로 잇따라 검찰에 구속된 탓에 한국지엠의 사내 분위기는 뒤숭숭합니다.
검찰은 납품 비리에 이어 협력(도급)업체 소속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사가 얽힌 채용비리에 대해서도 칼날을 빼 들었습니다.
한국지엠의 한 1차 도급업체 소속 생산직 비정규 직원 A씨도 지난해 말쯤 '달콤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말을 건넨 이는 평소 업무상 자주 만나는 한국지엠 정규직 직원이었습니다.
"정규직으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며 "8천만원이 있으면 '발탁 채용' 때 무조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지엠은 정기적으로 1차 도급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일정한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합니다. 내부에서는 이를 '발탁 채용'으로 부른다. 1차 도급업체 직원들만 정규직으로 '발탁'될 수 있습니다.
A씨는 "오랫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 것도 있겠지만, 정규직 직원이 회사 윗선이나 노조 간부에 줄을 대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한 것 같다"고 씁쓰레했습니다.
그는 8천만원이라는 '큰돈'을 주고 정규직이 돼도 양심의 가책 때문에 다른 동료를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 제안을 거절했다고 실토했습니다.
한국지엠 내부 직원들은 회사와 노조가 얽힌 취업비리를 10년 넘게 이어져 온 고질적인 '악습'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 청탁의 경로는 회사 내부에서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노조 집행부나 대의원을 통해 회사 윗선과 줄을 대는 경우입니다.
현재 한국지엠 생산직 가운데 전직 노조 간부의 자녀, 친인척, 지인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른 방법은 사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는 정규직 직원을 통하는 것입니다.
노조 간부와 인연이 없는 협력업체 비정규 직원도 이런 중간 연결책을 통해 회사 윗선과 줄이 닿으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가 안내받은 정규직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한국지엠의 한 정규직 직원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젊은 친구가 협력업체를 거쳐 정규직으로 발탁된 적이 있다"며 "조용히 있어도 알려지는 판에 주변에 "누구의 '빽'으로 들어왔다고 자랑해 소문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직원들은 대부분 근태(근무 태도)가 좋지 않다"며 "협력업체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며 정규직 전환을 꿈꾸는 많은 비정규직이 그런 이야기를 듣고 좌절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발탁 채용 공고가 나와도 1차 도급업체 소속 상당수 비정규 직원은 응시를 포기합니다.
'빽이나 돈이 없으면 사실상 정규직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엠 내부에서는 이런 '취업 장사'를 한 인물로 퇴직한 임원급 간부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이 전직 임원은 자신이
한국지엠은 이달 1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미국 글로벌 GM그룹에 보고한 뒤 노사 비리와 관련해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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