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성분 '양귀비' 심은 '안동'…봐주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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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귀비(왼쪽)와 꽃양귀비(오른쪽)/사진=연합뉴스 |
마약 양귀비로 꽃길을 조성한 경북 안동시를 경찰이 처벌하지 않아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곽병우 안동경찰서장은 22일 "안동시가 양귀비 씨앗을 확인하지 않고 파종한 잘못이 있으나 고의성이 없어 보여 검찰과 협의해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관상용 양귀비 씨앗에 마약성 씨앗이 섞여 뿌려졌으나 범죄 의도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처벌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꽃길에 파종한 마약 양귀비 씨앗은 안동농업기술센터 방문객이 처음 제공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이 센터는 한 시민이 찾아와 "꽃양귀비 씨앗"이라며 건넨 씨앗을 무심코 받아 관상용과 함께 보관했습니다.
이렇게 섞여 지난해 말 뿌려졌다가 싹이 튼 양귀비는 지난 3월 안동 낙동강변 도로에 옮겨 심어졌습니다.
안동시가 경북 도민체육대회를 앞두고 3천800여 포기 꽃양귀비와 양귀비 모종을 도심 강변으로 이식한 것입니다.
양귀비는 지난달 중순까지 2개월가량 활짝 피었는데도 안동시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모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만개해 육안 구별이 쉬웠음에도 수수방관했습니다. 꽃 모양이 이상하다는 시민 신고를 최근 받고서야 진상 파악에 나섰습니다.
경찰이 밝힌 양귀비 재배 전말입니다.
경찰은 이 정도 조사만으로 안동시에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양귀비 씨앗을 입수한 과정이 석연찮은데도 농업기술센터 해명만 듣고 이 부분은 전혀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이 센터 직원은 "지난해 방문객이 씨앗을 갖고 왔길래 받았지만,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마약 양귀비 씨앗을 처음 제공한 인물을 찾지 못했는데도 경찰은 파종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 담당자는 "경찰이 양귀비·대마 단속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수천 포기가 될 수 있는 양귀비를 묵인할 리가 없다"며 "공식 행사를 앞두고 기관끼리 공문서를 주고받아 양귀비 씨앗을 뿌린 것이어서 범죄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초 씨앗 전달자 신원은 계속 추적한다는 여지는 남겼습니다.
곽 서장은 "양귀비 씨앗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처벌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동시가 양귀비를 무더기로 키웠는데도 선처한 것을 두고 형평성에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 지식이 없는 노인들이 관상이나 치료 목적으로 양귀비를 조금 키웠다가 거의 예외 없이 처벌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달 15일 경기도 안산시에서 가정집 마당에 양귀비 134주를 키운 박모(61·여) 씨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박씨는 "양귀비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키웠을 뿐 투약한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구미에서도 지난달 19일 폐가 공터에 양귀비 95주를 재배한 60대 남자가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평택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 15일 양귀비 134포기를 재배한 박모(61·여)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도 '배앓이에 좋다'는 민간요법을 믿고 양귀비 91포기를 텃밭에서 키운 혐의로 박모(62)씨를 입건했습니다.
한 지역 주민은 "법을 제대로 모르는 시골 노인들은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만으로도 입건되고 처벌받기도 하는데 행정기관이 양귀비를 무더기로 재배한 것을 넘어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안동시가 양귀비 씨앗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비난 여론이 거셉니다.
공공기관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양귀비 씨앗을 받아 그냥 파종한 탓입니다.
관상용과 마약용은 씨앗 단계에서 식별이 어렵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면 모습이 확연하게 차이 납니. 실제로 꽃 모양을 보고 마약 양귀비라는 사실을 알고 훔쳐간 사례가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안동시는 고의성이 없더라도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민 김모(45)씨는 "양귀비 일부가 강변에서 없어졌다는 소문이 나돕니다. 안동시의 부실 관리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진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그는 이어 "안동시도 시민 다수가 다니는 길에 마약 성분이 포함된 양귀비를 심게 된 과정을 명백하게 밝히고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안동시는 강변도로 꽃에 양귀비가 섞인 사실을 알고 뒤늦게 모두 캐내 소각했을 뿐 자체 징계는 하지 않았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