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용선료 재조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캐나다 선주 시스팬이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용선료 협상 난항에 유동성 위기가 겹친 한진해운은 최대 선주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며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통한 회생에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됐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4일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을 만나 현재 진행 중인 자율협약에 의한 구조조정 현황을 설명하고 용선료 조정 등을 협의했다”며 “게리 왕 회장이 용선료 조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시스팬은 120여척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주사다. 한진해운은 1만TEU급(1 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7척을 시스팬으로부터 빌려 운영하고 있다.
선박 단위로 보자면 전체 한진해운 용선(91척) 가운데 8%에 해당하는 몫으로 해외 선주 23곳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한진해운이 가장 많은 배를 빌린 시스팬이 공개적으로 협상 의사를 밝힌 것은 다른 선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진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과 게리 왕 회장이 용선료 인하에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며 “한진해운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은 23곳 선주들과 1차 협상을 마친 후 2차 협상을 진행 중이다. 2차 협상을 통해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 규모를 세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목표 인하률은 당초 현대상선이 내걸었던 30% 수준이다. 이날 한진해운과 시스팬은 30% 인하율을 바탕으로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시스팬과 전격 회동한 것은 유동성 지원 압박이 커진 가운데 지난달 4일 자율협약에 들어간 후 42일 동안 지지부진했던 용선료 협상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17일 사채권자 집회를 노린 측면도 강하다. 한진해운은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를 연장(채무 재조정)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상대로 가시적인 용선료 성과를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최대 선주의 입장 선회를 지렛대 삼아 사채권자 집회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스팬은 지난달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나서며 처음으로 만난 상대다. 당시 게리 왕 회장은 외신을 통해 인하 거절 의사를 밝혔고, 한진해운 측이 1160만 달러(138억원) 용선료를 연체 중이라고 공개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강력하게 거절의사를 나타냈지만 결국 한진해운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최대 선주와 협상 물꼬를 텄지만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완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진해운은 현재까지 1300억원 어치 용선료를 연체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선주가 한진해운 선박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억류하는 일도 벌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유동성을 확보해 연체된 용선료를 해결해야 협상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이달 성수기에 접어든 만큼 운영 선박을 전부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조 회장과 게
[김정환 기자 / 윤진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