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회계 부정 및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남상태(66, 2006~2012년 재임), 고재호 전 사장(61, 2012~2015년 재임) 시기에 추진된 사업 500여 건 전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특수단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분식회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2006년부터 대우조선이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의 수주·건조·회계 처리 등 전 과정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8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정밀 분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단이 확보한 압수물은 디지털 자료를 제외한 서류만 상자 250개 규모에 달한다.
대우조선과 협력업체 실무진을 소환해 기초 사실관계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압수수색 당일 남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휴맥스해운항공 대주주 정 모씨(66)와 건축가 이창하 씨(60)도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우선 그 동안 제기된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진의 비리 의혹을 밝히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대우조선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과 올해 초 “옛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등 비리 의혹을 적발했다”며 서울중앙지검과 창원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남 전 사장은 이씨, 정씨 등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웃돈을 얹어줘 회사에 750억여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우중공업을 인수하면서 비싼 값에 지분을 사들였다는 의혹도 있다. 특수단은 남 전 사장이 이들로부터 돈을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고 전 사장은 회사의 손실을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의혹과 변수가 많은 해양플랜트 사업을 무리하게 저가로 수주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특수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이 각각 퇴임을 앞둔 시기 연임을 준비하면서 매출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은폐해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역량을 모으고 있다.
당초 대우조선은 분식회계와 부실 경영 논란에 대해 “변수가 많은 해양플랜트 사업의 특성 때문에 손실이 발생했을 뿐”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검찰이 해양플랜트뿐 아니라 선박 분야의 분식회계 동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수단의 수사가 정관계나 금융당국 로비 의혹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 경영진이 사장직 연임 등을 위해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도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특수단은 ”수사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며 “분식회계와 경영 비리 의혹을 먼저 수사한 후 시간을 두고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에는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압수물 양이 방대한 데다 기업 범죄 유죄 인정에 대한 법원의 잣대가 엄격해지는 경향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특수단 관계자는 “경영진이 사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부분 등 구조적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정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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