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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입구 모습. 13일 검찰은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해마다 300억 여원을 계열사로부터 건네 받아 사용한 단서를 포착했다. <한주형 기자> |
◆ 신격호 신동빈 매년 300억 비자금 의혹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매년 신 총괄회장이 100억 원 이상, 신 회장 200억 원 가까이를 계열사들로부터 받아 사용했다”며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혔다. 두 사람이 매년 300억 원씩을 상납 받아 횡령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처럼 의심스런 자금 흐름이 몇 년 동안 계속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10년만 지속됐다고 봐도 3000억 원이 넘는 돈이다. 이 정도 액수면 구속을 거론할 수도 있는 규모다.
검찰의 이러한 태도는 이례적인 강공이다. 구체적인 증거와 단서 없이는 비자금 내역을 특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급여와 배당금’이라는 비서진의 반론까지 공개한 걸 보면 수사 초기부터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만큼은 자신감을 갖고 수사 중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검찰은 이 밖에도 큰 틀의 수사 방향을 공식 거론했다. 그룹 정책본부가 조직적으로 계열사들을 동원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우선적인 수사 목표다. 그 외에도 대주주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주요 계열사들 간에 대주주 일가를 위한 편법 지분 거래가 이뤄졌는지도 수사 중이다. 또 대주주 일가를 위해 계열사들이 손해를 보며 부동산 거래를 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롯데쇼핑이 2007년 12월 경기도 오산의 토지 10만여㎡를 롯데장학재단으로부터 1030억원에 매입한 거래와 관련돼 있다. 롯데쇼핑은 이 땅을 매입하기 두 달 전 700억원에 사겠다고 공시했고 두 달 만에 330억 원이 올라 롯데쇼핑은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또 2008년 8월 인천 계양구의 땅 166만㎡도 롯데상사에 504억원에 팔았는데 롯데상사는 이 땅을 사들이면서 계열사 9곳으로부터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고 호텔롯데는 500억원 가운데 237억원을 출자했다.
◆ 롯데알미늄 등으로 수사 번질 듯
검찰이 신 회장(61)이 경영권 분쟁 당시 호텔롯데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배임 의혹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롯데쇼핑이 호텔롯데에 롯데알미늄 지분을 정상가보다 싸게 양도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검찰 수사가 롯데알미늄 등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이 보유 중이던 롯데알미늄 지분 12.05%를 주당 67만1907억원, 총 840억원에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호텔롯데가 롯데알미늄의 주당 순자산가치 102만7662원(같은 해 6월 말 기준)보다 35만원 낮은 가격에 지분을 사 롯데쇼핑에 445억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롯데쇼핑이 주주가치를 훼손한 대가로 롯데알미늄 일본 주주들에게 이익을 안겨줬다는 ‘국부 유출’ 논란도 피할 수 없다. 롯데알미늄은 일본 계열사 지분이 57.8%에 달한다. 반면 신 회장은 이 거래로 순환출자 고리 139개를 한번에 해소했고, 호텔롯데가 2대주주(25.04%)에 올라 광윤사(22.84%)를 제치면서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회장(62)을 견제할 수도 있게 됐다. 호텔롯데 지주사 전환을 위해 비상장사 롯데알미늄 지분을 40% 이상 확보해야 하는 문제까지 일부 해결했다.
롯데건설 역시 지난해 8월, 2014년 7월 각각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에 지분을 매각한 것 등과 관련해 배임 의혹을 받고 있어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대주주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수사하면서 롯데쇼핑이 2013년까지 신 총괄회장의 자녀와 배우자가 주주로 구성된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 3개 업체에 영화관 내 매장을 헐값에 임대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3개 회사는 수년간 영화관 내 고수익이 보장되는 식·음료 매장사업을 독식하면서 1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신격호 비밀금고 보관품 압수
검찰은 이날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개인 비밀금고에 보관하던 금전출납부와 통장, 현금 30억여 원 등을 확보했다. 이는 신 총괄회장의 자금관리를 담당하던 이 모 전무가 호텔롯데 33층 비서실에 보관하던 금고에서 빼돌린 것들이다. 이 전무는 지난해 롯데가(家) ‘형제의 난(亂)’이 벌어진 와중에 차남 신 회장 편에 선 것으로 오해를 받아 신 총괄회장이 해임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전지성 기자 / 김세웅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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