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지 71년이 흘렀지만, 일제 잔재는 뿌리뽑히지 않고 있습니다.
주요 건물은 물론 우리가 사는 삶의 터전에도 침투해 있는 일제 잔재의 모습을 이동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한국은행 본점에 있는 머릿돌입니다.
여느 머릿돌과 다를 바 없지만 사실 일제 잔재입니다.
안중근 의사에게 암살된 옛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쓴 글씨가 담긴 겁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총독의 글씨가 옛 서울역에도 숨어 있고, 우리 주변 아파트 단지에도 버젓이 서 있지만 시민들은 잘 모릅니다.
▶ 인터뷰 : 구현성 / 서울 대흥동
- "모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부정적인 느낌이 드네요. 국민으로서 일제 잔재가 남아있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안 좋습니다."
▶ 스탠딩 : 이동화 / 기자
- "이렇게 옛 조선 총독의 글씨가 담긴 기념물이 서울에서만 8곳에 달하지만, 철거 없이 그대로 자리 잡고 있고, 명확한 배경 설명도 없어 시민들은 무심코 일제 잔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쓴이 부분이 인위적으로 훼손되거나 바람에 깎여 일제 잔재 여부를 알 수 없는 부분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더 많은 양이 예상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들은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문화재청 관계자
- "따로 조사를 했거나 그런 건 아닌 걸로…. 이런 것까지 관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 인터뷰(☎) :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 "내부에서도 물어보니까 해당 과가 지금 없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철거에는 신중하더라도, 건물관리 주체가 나서서 최소한의 설명을 담은 표지를 비치해 역사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입장.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제 잔재는 이 땅에서 떠나지 않고 숨죽이며 우리 후손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동화입니다. [idoido@mbn.co.kr]
영상취재 :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원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