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생각] 동성결혼, 허용한계 어디까지 왔나?
지난 2000년 가을, 방송인 홍석천은 기자회견을 통해 깜짝 선언을 합니다. 자신이 동성을 좋아한다며 커밍아웃을 한 것입니다. 그의 발언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가 커밍아웃하기까지 수많은 흔들림이 있었지만, 결국 당당하게 자신의 비밀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 이후, 세상의 뜨거운 눈초리를 감당하지 못한 채 잠정적으로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카메라 앞에 다시 선 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동성애 코드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폭소를 자아냅니다. 이젠 남성을 좋아한다는 발언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런 당찬 모습에 시청자들도 ‘성실하고 착한 동성애’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동성애가 조금은 익숙해진 걸까요? 우리나라의 동성 결혼 법적 허용의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동성 결혼 합법화를 찬성하는 비율은 17%에 그쳤지만 지난 2014년 조사에선 35%로 약 2배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앞선 통계 자료를 되짚어보면, 동성 결혼 합법화를 반대하는 국민이 여전히 65%에 달합니다. 국내 헌법 역시 아직 동성 결혼을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 듯싶습니다.
지난 2014년 김조광수 영화감독은 서울 서대문구에서 동성 부부란 이유로 혼인 등록을 거절하자 서울서부지법에 불복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며 확장 해석할 수 없다"고 각하했습니다. 이성 간의 관계만 부부로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렇다면 동성 결혼이 혼인으로 인정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먼저 우리 사회 속 가족의 범위가 달라질 것입니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르면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되는데, 동성 간의 결합이 혼인에 포함된다면 동성 부부도 자연스레 가족의 일원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녀를 출산하고 사회화시키는 것'에 대한 수행 문제가 발생합니다. 물론 해외에서 일부 동성 부부가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하거나 입양을 통해 양육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자 기증자와의 친권 소송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동성애자의 양육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입증되지 않는 등 논란의 소지도 있습니다.
에이즈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은 현재 동성 커플은 이성 커플과 마찬가지로 성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문제는 낮은 콘돔사용률로 인해 AIDS(에이즈) 감염 위험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성 간 콘돔 사용 비율(항시 사용자)은 39%이며, 남성 간 사용률은 23.7%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남성 에이즈(AIDS) 감염자 중 동성 간 접촉을 통한 감염률이 42.7%에 달해 ‘동성 간 성관계 시 개방적인 태도에 위험이 있음’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
미국의 설문조사 기관인 퓨(Pew) 리서치 센터는 지난해 6월, 동성 결혼을 허용한 국가가 총 23개국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동성 결혼에 대한 다양한 반대 의견에도 마음을 여는 국가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 4월 29일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동성 결혼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면서 “이성 결혼자에게 적용되는 민법상 결혼 규정이 동성 결혼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며 찬성 이유를 밝혔습니다.
벨기에 총리 역시 지난 2014년 4월 “출신지, 성적 취향, 종교, 신념에 의해 권리를 부인 당하거나 처벌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며 허용의 폭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법적으로 동성결혼을 꺼려합니다. 그러다 보니 동성 부부들의 피해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동성 부부인 이 모 씨는 과로로 쓰러져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동거인 허 모 씨는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허 모 씨에게는 의료
시대의 흐름은 동성 결혼에 점차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받아들이기엔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준비가 부족해 보입니다.
[MBN 뉴스센터 김고은, 신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