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오늘 STX조선 기업회생절차 개시

STX조선해양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가 7일 개시된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수석부장판사 김정만)는 지난 2일부터 이틀에 걸친 진해조선소 현장 검증에서 사측과 협력업체의 급박한 사정을 듣고, 다음주로 예상됐던 개시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통상 1~2주가 걸리던 회생절차 개시를 앞당겨 경영 전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의 취지를 살려 소액 상거래채권자에 대한 우선변제를 검토하는 등 협력업체의 부도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3일 재판부가 주재한 사외협력업체 간담회에서 STX조선해양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어음을 받고 공급한 기자재의 대금을 받지 못해 줄도산 위기”라며 절박한 호소를 쏟아냈다.
김 수석부장판사(55·사법연수원 18기)는 “협력업체 채권을 우대해 변제시기를 앞당기거나 즉시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회생절차가 개시 되기 전의 채권은 어느 정도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고통분담을 요청했다.
현행 채무자회생법은 개시 후 새로 발생하는 협력업체 채권을 수시변제가 가능한 ‘공익채권’으로 규정해 금융기관 채무보다 우선적으로 변제한다. 따라서 법원의 절차 개시 이후 협력업체 대금 및 임금 지급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회생절차 개시 전 기존 채권에 대해서는 일부만 지급하거나 변제를 지연하는 등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STX조선해양의 자금 부족으로 임금 및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못 하는 경우다. 직원들의 임금 지급이 지연됐고, 일부 협력업체들은 수개월 째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7일부터 진해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내협력업체 직원 3500여명 중 60%에 달하는 2100여명을 휴무 처리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공정을 최대한 늦춰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한시적으로 작업 인원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금부족 문제가 지속될 경우 ‘기존 공급업체 줄도산 → 타 업체들도 납품 거부 → 생산 마비 → 회생 불가’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도 있다. 자재를 납품받지 못해 공정이 중단되고 대규모 인력감축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집약 산업인 조선업에는 치명적이다.
STX조선해양 입장에서는 당장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신규자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기업회생 절차 신청과 함께 신용도 하락 및 기존 수주 계약의 잇단 취소로 자체적으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처지다.
파산부 관계자는 “수주에 성공해도 은행들이 선수금환급보증(RG)를 거부해 수주 취소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는 회생절차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RG란 주문받은 선박을 제대로 인도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금융기관이 서는 보증으로, 대규모 기업부실로 수십조원의 충당금 폭탄 을 지게 된 은행들이 위험 관리에 나서며 조선·해운업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이어 “법원 회생절차는 둑을 막아놓고 돈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회생 개시 이후에는 채무불이행 위험이 적기 때문에 보증된다”며 금융기관과 협력업체 등의 회생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