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찐다고 탄수화물 기피…쌀소비 30년만에 반토막
↑ 쌀소비 반토막/사진=연합뉴스 |
쌀이 남아돈다. 급격한 소비 감소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72.4g으로 전년보다 3.3% 줄었습니다.
보통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100∼120g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공깃밥 2그릇도 먹지 않는 셈입니다.
1985년에는 한 사람이 한해 128.1㎏의 쌀을 소비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30년 만인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62.9㎏으로 떨어졌습니다.
대신 보리와 밀, 잡곡류, 콩류 등 기타 양곡의 한해 소비량은 8.8㎏으로 전년보다 1.1% 늘었습니다.
쌀을 합친 전체 양곡 소비량은 1년 전보다 2.8% 감소한 71.7㎏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민의 양곡 소비 형태가 쌀을 중심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태입니다.
◇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적당량은 먹어야
보통 밥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비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중에는 탄수화물이 든 밥을 먹지 않아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반드시 적당량을 섭취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대사 불균형을 일으킨다"며 "탄수화물 섭취가 줄면 집중력 저하, 우울증, 근력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가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너무 먹지 않으면 다른 영양소 섭취를 막아 오히려 신체리듬을 깨뜨린다"며 "황제 다이어트로 불리던 고단백-저탄수화물 식단이 결국 체중을 줄이는 데 실패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영동대 호텔외식조리학과 지명순 교수도 "식품영양학적인 측면에서 밥을 통해 섭취하는 탄수화물은 소화 시간이 길고, 포만감을 줘 체중조절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도 있다"며 "다만 설탕, 과당, 밀가루 등의 인공 정제된 탄수화물은 섬유질이나 필수지방산이 모두 제거된 채 칼로리만 높아 비만을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탄수화물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는데, 밥에 든 '좋은 탄수화물'은 적당량을 먹어줘야 건강과 체중 관리 등에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 쌀 재고 누적…가격 하락 불러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432만7천t입니다. 기상 여건이 좋았고, 홍수나 태풍이 비켜가면서 2009년(492만t)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했습니다.
쌀 생산이 늘고, 소비는 줄다 보니 양곡창고마다 쌀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쌀 재고량은 183만t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80만t)의 2.3배에 달합니다.
정부는 올해 쌀 소비량을 397만t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생산된 쌀 중에서도 35만t은 또 초과물량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다가 국내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외국서 들여와야 하는 쌀 의무수입량은 1995년 5만1천t에서 2014년 40만9천t으로 늘었습니다.
재고가 늘어나는 만큼 쌀값은 하락세다. 민간연구단체인 GS&J가 조사한 지난달 25일 산지 쌀값은 80㎏당 14만4천원으로 작년 같은 날 15만9천원보다 9.5% 낮습니다. 벼 수확기인 지난해 10∼12월 평균치(15만2천원)와 비교해도 오히려 5.6%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 단체는 "쌀값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수확기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역계절진폭'이 지난 1월 3.9%, 3월 5.0%, 5월 5.4%로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밥 드세요"…소비 촉구하는 정부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묵을 쌀을 가공용이나 가축사료로 활용하는 수급안정대책을 내놨습니다.
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할 때 정부 비축농지를 빌려주거나 간척지 임대료도 깎아주는 방식으로 쌀 생산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79만9천㏊이던 벼 재배면적을 올해 76만9천㏊로 3.8% 줄여 쌀 생산량을 390만t으로 낮춘다는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보리와 밀, 목화가 값싼 외국산에 밀려 도태됐던 것처럼 벼농사 기반도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리나 밀과 달리 벼는 주력 식량이라는 점에서 식량 주권을 외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쌀 수출과 가공산업 육성에도 힘 쏟고 있습니다.
한해 2천만t이던 국산 쌀 수출은 올해 중국시장 진출을 계기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에 맞춰 수출용 벼재배단지를 200㏊에서 500㏊로 늘리고, 쌀 수출협의회 등을 통한 해외 마케팅도 강화하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2013년 쌀 10만t을 쌀 가공업체에 할인 공급하고, 2012년 쌀은 배합사료 원료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로 쌀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 국민을 상대로 밥을 더 먹자고 홍보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농식품부는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의 아침밥 먹기를 응원하기 위해 '내일의 아침밥'이라는 초간편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식품영양학 교수와 요리전문가 등이 참여해 만든 이 레시피는 손쉬우면서도 맛과 영향을 고루 갖춘 한 끼 식사라는 게 농식품부 설명입니다.
'쌀 박물관' 웹사이트(www.rice-museum.com)에서 확인할 수 있고, 원할 경우 메일링 서비스도 해줍니다. 지난달 기준 6만여명의 국민이 이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식감이나 맛에 대한 기호가 형성되는 시기의 어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조은지 사무관은 "쌀로 음식을 만들면서 미각을 길들이는 프로그램이 주로 운영된다"며 "쌀의 영양학적 가치를 홍보하고,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이나 밀가루 등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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