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기술 비정규직의 설움 "절규 전엔 왜 지켜주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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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의역 사고/사진=연합뉴스 |
"그 친구 사고는 제 이야기 같아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일을 해야 하니까요."(서울 지하철 차량기지 정비 업무 비정규직 A(27)씨)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 사망사고를 계기로 '기술 비정규직' 젊은이의 열악한 현실이 뒤늦게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차별을 감내하고 숨죽이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각종 노동단체나 청년단체에서도 주목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습니다. 때로는 마치 '투명인간'처럼 느껴지는 한없이 작은 존재감에 풀 죽어 있습니다.
A씨는 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마주하는 위험을 증언하며 몸서리를 쳤습니다.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3년부터 지하철 정비 용역업체에 취업해 전동차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직무 교육도, 안전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정규직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말을 섞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때로는 이런 차별이 생명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분개했습니다.
A씨는 "정규직 직원은 비정규직 직원과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지시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현장에서 소통이 없다 보니 치명적인 사고를 당할 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씨는 "한번은 전동차를 청소하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정규직 직원이 전류 스위치를 켠 적이 있다"며 "고압 전류 전선에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다면 꼼짝 없이 감전사했을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는 또 "안전모 등 안전도구가 낡아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쉽게 교체를 요청할 수 없다"며 "턱 끈이 자주 풀리는데 그 상태로 전동차 위에서 떨어지면 크게 다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지하철 안전문 정비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B(26)씨 역시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에 치를 떨었습니다.
B씨는 "사고를 당할까 봐 두려워 역사 내 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혹시나 방송이 고장 날 수도 있어 열차 불빛도 확인한다"며 "2인1조 원칙이 있지만 여러 역에서 고장이 동시에 생기면 혼자 투입되는 일도 다반사"라고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구의역에서 숨진 김모(19)씨나 A씨, B씨와 같은 기술 비정규직 청춘의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보호해주려는 이들은 이번 사고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주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청년단체 가운데 김씨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기술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춘들에 관한 사례나 통계 자료를 파악하고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작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627만여명이고, 이 가운데 20대는 125만여명 수준입니다.
A씨는 "무엇보다 안전한 현장에서 걱정 없이 일하고 싶다"며 "다시는 구의역 안전문 사고처럼 우리 같은 청춘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