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다가 중국에서 60년 동안 홀로 살아온 할머니가 있습니다.
10여 년 전 가족과 만나 꿈에 그리던 고향을 찾았지만, 얼마 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지금은 한 많은 생을 마감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치훈 기자가 이 할머니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 기자 】
담양군 산골짜기의 한 비닐하우스.
뜻밖에도 이곳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곽예남 할머니가 머물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곽예남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할머니 많이 아프세요? 괜찮으세요? 지금 어디가 가장 많이 안 좋으세요?"
"어지러워…."
치매 증상이 있는데다 지난해 말 폐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올해 92살인 곽 할머니는 20살 무렵 만주로 끌려가 모진 고통을 받고서 결국 중국에서 무국적자로 60년 넘게 홀로 지내야 했습니다.
2004년 가족과 극적으로 만나 한국에 오게 됐지만, 이후 삶도 여전히 녹록지 않았습니다.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생활안정자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더구나 위안부 피해자 의료 지원금은 사후 정산 방식이어서 할머니에겐 사실상 있으나 마나입니다.
이 때문에 유일한 혈육인 조카와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치매를 앓고 있는 곽 할머니의 기억은 어린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 인터뷰 : 이관로 / 곽예남 할머니 조카
- "자기 어머니, 아버지를 찾았을 때 가장 안타까워요. 저녁에 잘 때 자장가를 불러줄 때 70여 년 이상 (홀로) 살면서 엄마가 얼마나 그리웠겠나…."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위안부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42명. 그러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야 하는 할머니가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 pressjeong@mbn.co.kr ]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