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지하철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스무살 김 씨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추모 현장을 취재한 김준형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어제 오전에 피해자인 김 씨 어머니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는데,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 기자 】
네, 오전 11시쯤 구의역 내 마련된 추모관 앞에서 김 군의 어머니가 회견을 열었는데요.
어머니 본인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함께 우는 그야말로 눈물바다였습니다.
회견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숨진 김 씨 어머니
- "제가 그때 봤던 처참하게 찢어진 그 얼굴만 떠오르고, 전동차에 치이는 모습이 자꾸 떠오르고…. 숨은 쉬고 있지만 제가 살아 있는 게 아니고 그런 삶을 살겠지만, 제가 부모로서 지금 이 상황에 우리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우리 아이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질문 2 】
참 안타까운데, 유가족 측은 김 씨의 사망 원인이 서울메트로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 기자 】
네, 짧게 이번 사건을 정리해보면요.
원래 김 군이 하던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는 규정 안전 상 2인 1조 작업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유가족 말에 따르면 '스크린도어가 고장난 지 한 시간 안에 출동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지하철역 두 군데 이상에서 동시에 고장이 나면 1시간 내에 출동해야 하기 때문에 2인 1조 중 나머지 한 명이 다른 역에 가서 그것을 수리하는 시스템이라는 거죠.
실제 이번 사건의 경우도 구의역과 을지로4가역에서 동시에 고장 신고가 들어왔던 거고요.
【 질문 3 】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구의역에 2명, 을지로4가에 2명, 총 4명을 출동시켜서 2인 1조 원칙을 지키면 될 것 같은데, 여건 상 그게 안됐다는 거군요.
【 기자 】
네, 지금 스크린도어 수리를 외주 용역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는데요.
외주 모집을 하게 되면, 결국 최저가로 입찰을 한 용역업체가 낙찰이 되는 구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낙찰된 업체는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쥐어짤 수 밖에 없습니다.
김 씨 어머니 주장에 따르면 김 씨를 포함해 용역업체 직원 6명이서 지하철역 4군데를 수리하는 등 사실상 2인 1조가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얘기합니다.
【 질문 4 】
컵라면 봉지도 뜯지 못했다는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밥도 못먹고 일했다는 얘기고..이렇게 힘든 여건인데 왜 그 일을 계속했던건가요?
【 기자 】
김 씨 어머니가 가장 후회된다고 말하는 대목이 그 부분입니다.
김 씨는 가족들에게 일을 조금만 더하면 용역 하청업체가 메트로 자회사로 편입이 된다고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얼마 안 있다 김 씨가 군대를 가게 되는데, 하청업체 직원으로 있으면 일을 할 수 없지만 메트로 자회사 직원이 되면 소위 '고용 승계'가 돼 군대에 갔다와서도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해요.
조금 만 더 참으면 일자리가 안정된다고 김 씨가 얘기를 하니 가족들도 김 씨의 이야기를 믿었던거죠.
그래서 기자회견 때 김 씨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곧이 믿지 말고 아이가 왜 밥을 굶는지, 왜 집에만 오면 씻지도 않고 녹초가 돼 잠을 자는지 이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고 후회를 한 겁니다.
【 질문 5 】
아까 앞에서 잠깐 얘기했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구의역에서도 포스트잇 추모가 계속되고 있다고요.
【 기자 】
네, 김 씨이 사망한 구의역 플랫폼 9-4 스크린도어에는 김 씨를 추모하는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김 씨가 나이가 20살 밖에 안 될 정도로 어리고, 또 용역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이라는 것에 시민들의 애도와 또 분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메트로가 돈을 아끼려다가 사람이 죽었다, 또 비정규직이 없는 좋은 곳으로 가라, 이런 문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때 포스트잇 추모의 주된 주제가 '여성 혐오' 였다고 한다면, 이번 구의역 포스트잇 추모는 '헬조선'이 주된 주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질문 6 】
여론이 이렇게 유가족 측으로 유리하게 가서일까요, 서울메트로가 뒤늦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죠.
【 기자 】
네, 사고 초기에는 김 씨가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고 서울메트로가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힘든 인력 시스템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또 추모와 애도 물결이 점차 확산하면서 메트로가 고개를 완전히 숙인 겁니다.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이 사과문을 냈는데요.
이번 사고는 "고인의 잘못이 아닌 시스템이 원인"이고 "고인에게 책임을 전과한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또 8월에 자회사를 설립해 안전 부문에 대해 직접 통제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어제 아침에 구의역 추모 현장을 방문해 안전 관련 외주 업무는 근본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유가족과 시민들의 분노가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