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이 사상 최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직무재배치를 통보받은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조선업계 위기로 인해 해당업종 근로자들의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문제로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1일 오전 6시15분께 경남 거제시 서문로 소재 한 아파트 화장실에서 A(36)씨가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부인(34)이 발견해 경찰해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삼성중공업의 한 협력업체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해왔으며 지난 10일 회사에서 직무재배치 통보를 받고 사직서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숨진 A씨가 최근 부인에게 “형님도 돌아가셨다” 등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한 점, 휴대폰에서 채무독촉 문자 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해당 협력사 대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2개반을 1개반으로 통합했고 A씨에게 물량팀 관리를 맡아달라고 했다. 정규직 신분이나 임금변화는 없다”며 “이런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일반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A씨가 기존 반장에서 조장으로 직급이 낮춰지면서 힘들어했다는 얘기를 유족들이 했다”며 “현재 삼성중공업에서는 협력업체에 공공연히 구조조정을 하라고 하는 상황이다. 협력사에서도 공개적으로 감원보다는 이같은 방법으로 스스로 정리해고 수순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 삼성중공업 일반노동자협의회와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삼성중 정문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사람 죽이는 구조조정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부산 기장군 정관읍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조선소를 그만둔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김모(36)씨가 승용차 조수석에서 착화탄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하다 주민신고로 목숨을 건졌다. 지난 21일에는 부산에서 연제구에서 대형조선사 협력업체에 다니다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박모
올 하반기부터 조선업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대규모 실직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거제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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