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찍어낼 수 있다고 해도 이런 빚을 갚을 수 있겠습니까”
자영업자 A씨(여·40)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건 길거리에 뿌려진 대부업 명함 전단지였다.
그는 2014년 12월 500만원을 융통하려고 사채에 손을 댔다. 가게 사정이 나빠져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자 사채업자들은 ‘꺾기’ 대출을 강요했다. 돈을 더 빌려 원래 빌린 돈의 이자를 갚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대출이다. 꺾기가 반복되면서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었다. A씨가 지금까지 갚은 돈은 8300만원, 아직 갚아야 할 돈은 6500만원에 달했다.
서울시가 살인적인 금리와 불법 추심 등으로 서민들의 고혈을 짜낸 불법 대부업체를 대거 적발했다.
11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대부업 수사 전담팀을 꾸려 지난 2월부터 기획수사를 진행한 결과 대부업법 위반 업소 13곳을 적발하고 22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신용불량자, 영세 자영업자 등이었다. 현행 법정 최고 금리 27.9%를 훌쩍 뛰어넘는 연 133~2437%의 폭리가 적용됐다.
4곳은 무등록 불법 대부업체였다. ‘일수 대출’ ‘싼 이자’ 등 문구가 적힌 명함형 전단지를 뿌려 피해자를 모았다. 특히 올해 3월 대부업법 개정으로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며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진 점을 노렸다. 총 378건의 피해사례가 확인됐다. 전체 대출액은 41억2000여만원, 이들이 6개월~2년4개월 간 이자로 챙긴 돈은 8억6000만원이나 됐다.
휴대전화를 신규개통시킨 뒤 현금을 주고 단말기를 다시 사는 신종 불법 대부업 ‘내구제’ 업체도 8곳 적발됐다. 내구제는 ‘내가 나를 구제한다’는 의미로 이들 업체는 신용불량자 등에게 단말기를 할부구매하게 시킨 뒤 1대에 50만~60만원에 매입했다. 매입 단말기는 중국 등지에 비싸게 팔았다. 특히 재매입한 단말기에 유심칩을 넣어 실사용인 것처럼 꾸민 뒤 통신사에서 판매 장려금까지 타냈다. 적발된 개통 건수는 총 4099건, 매입가는 20억7000만원에 달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방식으로 변종 대부업을 벌인 업체도 1곳 적발됐다. 온라인 오픈마켓에 허위로 등록한 물건을 채무자에게 구매하게 한 뒤 최고 30%의 선이자를 떼고 현금을 빌려줬다. 총 196회, 2억8800만원 규모였다. 연 이율로 환산하면 금리가 360%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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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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