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에서 아는 사람끼리 밥을 먹으며 동네 얘기하던 게 시작이었죠.”(최명철 방배포럼 대표)
시작은 소소한 식사 자리였다. 서로 안면이 있는 건축·도시설계 전문가들이 서너 명씩 함께 밥을 먹으며 시시콜콜한 동네 이야기를 나눴다. 더 나은 우리 동네를 위해 한참 입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함께 밥 먹는 식구는 17명이 됐다. 서초구 주민 참여 거버넌스(협치)의 핵심으로 떠오른 ‘방배포럼’ 얘기다. 각자 전문 분야가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방배동 일대를 둘러싼 개발 현안이 됐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도시계획 등 심도 있는 주제가 식탁 위를 오르내렸다.
2013년 2월 창설한 방배포럼은 방배동에 살거나 사무실을 두고 일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포럼 대표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주임교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등으로 있는 최명철 단우건축사사무소 소장이 맡았다. 이정형·전영훈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김정곤 건국대 건축대학 교수 등 학계는 물론, 부창렬 서울부동산포럼 회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 변창흠 SH공사 사장, 전통한옥 양식 설계의 권위자 김용미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장 등 업계의 쟁쟁한 인사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목표는 방배동, 서초구를 시작으로 서울 주거지 경관을 프랑스 파리에 비견할 만큼 낭만 넘치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최 대표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이 주거지 경관과 환경을 악화시키고 전부 부수고 다시 짓는 재개발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한다”며 “방배동에도 암세포 같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동네에 이질감을 형성하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방배포럼은 도로로 둘러싸인 소규모 노후 주택을 블록 단위로 정비하는 미니 재건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적극적이다. 기존 대규모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기존 주거지의 도시 기반시설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재생’에 무게를 두는 방식이다.
서초구도 이 같은 방배포럼의 활동에 주목하고 2015년부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얼마 전 내방역·이수역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통합 관리하게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방배포럼의 아이디어를 서초구와 서울시가 받아들인 것이다. 그 결과 서초역∼내방역 구간을 잇는 서리풀공원 지하 ‘서리풀터널’의 2019년 개통을 앞두고 서울 동남권 중심이 될 방배지역 일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방배포럼은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정책에도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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