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 수임료’ 법조비리 의혹 검찰수사 속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 씨(51)의 법조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2차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전날 서울 강남의 네이처리퍼블릭 본사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하루만에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져 검찰 수사가 속도전 양상을 띄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와 법조윤리협의회(위원장 천기흥), 서울지방국세청(청장 김재웅)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정씨의 검찰·경찰 수사부터 재판에 관여한 검사장 출신 H 변호사와 최 모 변호사(46·사법연수원 27기)의 사건 수임 내역과 이에 따른 소득 신고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두 변호사가 활동하는 지역의 관할 세무서도 지난 3일에 이어 두 번째 압수수색하면서 이들의 탈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더 제출 받았다.
검찰은 최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통해 그가 정씨로부터 20억원이라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합법적인 변론 활동 외 불법을 저질렀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와 정씨 재판부 등 정씨 사건을 다룬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을 상대로 금품 로비 등을 벌였는지를 가리는 게 핵심이다. 또 최 변호사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으면서도 소득을 축소 신고하고 세금 덜 납부한 건 없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H 변호사에 대해서도 최 변호사와 같은 선상에서 일단 수사가 진행된다. H 변호사도 업계에서는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검찰은 H 변호사가 누락한 사건 수임 내역이 있는지, 세금은 성실히 납부했는지부터 파악한 뒤 정씨 항소심 검찰 구형량이 2년 6월로 1심보다 6개월 준 데 그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방향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세청으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의 법인세 납부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회삿돈을 개인 자금처럼 굴리면서 비자금을 만들어 사업 로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정씨의 100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감지했으나 당시에는 수사 초점에서 벗어난 내용이라 칼을 대진 않았다. 하지만 네이처리퍼블릭 회사 차원의 서울메트로 지하철 매장 입점 공무원 로비 의혹 등이 터져 나온 만큼 이번에는 이 부분도 중점 수사 대상으로 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 때와 지금은 전혀 양상이 달라졌다”며 “네이처리퍼블릭 회사와 관련한 기업 범죄 의혹을 전반적으로 살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