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연합뉴스 |
"금액은 확인 못 해봤지만 갑의 횡포에 참을 수 없는 수치감이 듭니다. 이대로 을중의 을로 살아야 하는 게 너무 한스럽습니다"
경기도 성남의 한 음식점에서 배달 일을 하다 그만둔 김모(46)씨는 최근 업주에게 밀린 임금 29만원을 달라고 했다가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밀린 임금을 달라'며 노동청에 진정을 내자 업주가 자기 방식대로 밀린 임금을 17만4천740원으로 깎고 이마저도 1천원짜리 지폐 4장을 제외하고 모두 10원짜리 위주의 동전으로 준 것. 자루 2개의 무게만 22.9㎏에 달했습니다.
30일 김씨와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4일까지 6일간(29일 휴무일 제외)성남시 중원구의 한 대학 앞 음식점에서 배달 종업원으로 일하고 그만뒀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김씨는 "배달 일당은 평일 11만원, 주말 및 공휴일 12만원으로 친다. 그래서 평일근무 3일치(33만원)와 주말·공휴일 근무 3일치(36만원) 합해 69만원이 내가 일한만큼의 임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월말 아파트 공과금과 생활비 등으로 쓸 돈이 급히 필요해 일하는 동안 업주에게서 39만8천560원은 먼저 받았습니다. 업주는 공과금 19만8천560원은 대신 납부해줬고 20만원은 두차례로 나눠 지급했습니다.
이렇게 미리 받은 돈을 제외하면 29만1천440원의 임금을 받아야 했는데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일당제로 임금을 주겠다고 해놓고 노동청이 조사에 들어가자 업주가 일당제와 월급제를 혼용해 주기로 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억울해했습니다.
김씨는 애초 업주와 둘이서 배달 업무를 하는 조건으로 이 음식점에서 일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기 며칠 전 주방 종업원 2명 중 1명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방에 일손이 부족하자 업주가 그 일을 도왔고 그러는 사이에 배달 일은 김씨가 거의 혼자서 맡다시피 했습니다.
애초 업주와 한 약속과 달리 일이 너무 많아 힘이 들자 김씨는 5일부터 일을 그만뒀습니다.
하지만 업주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밀린 임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지난 10일 성남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시작되자 업주는 김씨의 밀린 임금을 일당과 월급제를 혼용해 자기 방식대로 계산해 가불해간 돈을 제외한 17만4천740원을 29일 지급했는데 10원짜리 위주 동전으로 줬습니다.
김씨는 "진정 넣은 것이 괘씸해 이렇게 준 것 아니겠냐. 해외토픽에서나 본 일을 겪고 보니 갑의 횡포에 참을 수 없는 수치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서 만나 밀린 임금을 줄 때 이 업주는 지폐와 동전이 섞인 4천740원을 김씨의 손에 쥐여주고 나머지 17만원은 10원, 50원, 100원짜리 동전이 담긴 자루 두 개로 건넸습니다.
김씨는 "이런저런 이유로 임금을 깎아 29만원을 17만원으로 만들기에 그거라도 받고 끝내려고 생각했는데 10원짜리 잔돈이 담긴 자루 두 개를 가리키며 가져가라고 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손이 부들부들 떨려 마음을 진정하기 힘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자루에 담긴 동전이 얼마인지 확인해 금액이 맞으면 노동청에 진정 취하서를 내기로 했는데 엄두가 안 난다"며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릴 것 같아 내일 아침 은행이 문을 여는 대로 찾아가 확인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관계자는 "사용자가 체불 근로자와 합의해 임금을 지급했더라도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히면 추가 조사를 벌여 체불액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처벌절차를 밟게 된다"며 "이 사건의 경우 양측이 합의해 임금을 주고받았을 뿐이라 조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주들의 이
지난해 6월에는 울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0대 여성이 밀린 임금 32만원을 받지 못해 노동청에 진정을 넣자 업주가 밀린 임금 중 10만원을 10원짜리 동전으로 준 일이 있고, 같은해 4월에도 충남 계룡시의 한 음식점 업주가 종업원으로 일했던 중년 여성의 임금 18만원을 주지 않고 버티다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했다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