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2시 30분께. 인적이 드문 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야리의 한 야산 입구에 허름한 복장을 한 낯선 사람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은 금세 19명이나 됐다. 모인 사람들 중에는 여성도 2명 있었다.
이 마을에서 도사견을 사육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김모(52)씨로부터 휴대전화로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음성까지 달려온 외지 사람들이었다.
전북 무주, 충남 서천·서산·보령은 물론 경북 의성·영천 등지에서도 왔다. 전국을 망라한 셈이다.
대부분 개를 사육하는 김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김씨처럼 개를 사육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축산업, 농업에 종사하는, 외견상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원형의 작은 링이 꾸며져 있었고, ‘출전 선수’인 도사견 2마리가 링에 올라 있었다.
싸움이 시작되자 두 마리 개는 사력을 다해 싸움을 시작했다. 도박꾼들은 판돈으로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100만원씩 걸었다.
이들이 낸 판돈 가운데 10%는 ‘프로모터’인 김씨가 ‘하우스 개장’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투견은 2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판돈이 오갈수록 열기가 고조되면서 도박꾼들이 투견에 몰입돼 있던 순간, 어디선가 ‘가만히 계세요. 경찰입니다’라는 외침이 허공을 가르고 울려퍼졌다.
이날 도박꾼들이 모여든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음성경찰서 형사 등 25명이 들이닥친 것이다.
19명 중 15명은 자포자기한 듯 경찰의 검거에 순순히 응했지만, 여자 1명을 포함한 4명은 인근 과수원과 밭으로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의 물샐 틈 없는 포위망에 ‘한탕주의’에 빠진 도박꾼 19명이 모두 현장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판돈 1230만원과 싸움에 동원된 도사견 2마리를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을 일단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도박에 개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동물 학대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동물학대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판돈을 많이 걸거나 도박 전과 등이 나오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적이 드문 농촌지역을 돌며 상습적으로 투견 도박을 하는 상습범들이 적지 않다”며 “철저하게 단속해 엄중하게 죄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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