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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도 잠실여고 3학년 5반 급훈(왼쪽)과 2015년도 3학년 6반 급훈(오른쪽)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
유쾌한 급훈으로 온라인에서 유명한 김상현 잠실여고 교사는 변함 없이 자신의 나이와 결혼을 풍자한 급훈을 지었다. 아이들이 ‘불혹’을 ‘불감’으로 읽어 난감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급훈 덕분에 매일 즐거운 에피소드가 쌓이고 있다.
김 교사가 유명해진 것은 지난 2012년부터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너의 대학 나의 결혼’이 큰 공감을 얻었고, 2015년에는 ‘겹경사를 이루자’라는 급훈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됐다.
혼기 꽉 찬 김 교사의 상황과 고3학생들의 애절함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전근 온 교사들은 김 교사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았고 달려와 악수를 하고 가는 학생도 있다.
그는 정작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네티즌들은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실 그 급훈들은 제가 5~10분 안에 급조한 것들이예요. 아이들에게 좀 고민해 오라니까 다들 시큰둥 하더라고요. 그래서 애들도 웃고 저도 웃고 할 수 있는 걸로 제가 만들었죠.”
김 교사는 특히 고3 담임을 맡을 때 급훈을 고민한다. 온라인에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2009년에도 ‘나는 장가를 갈테니 너는 대학을 가라’는 급훈을 만들었다.그는 “고3은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예민하고 힘든 시기”라면서 “벽에 걸린 급훈 보면서 한 번 ‘피식’했으면 제 목표는 다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토닥이려는 마음은 통했고 최근엔 학생들이 나서 김 교사가 미혼인 이유를 분석하는 등 가까운 사이가 됐다. 그는 “최소 선생님 때문에 학교를 오기 싫다는 소리는 안 했으면 했다”며 “부모님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일은 나한테라도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교사 12년차인 김 교사도 처음 교단에 섰을 때는 아이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교생 실습 이후 급작스럽게 진로를 변경했기 때문에 어색한 부분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다 도를 넘을 땐 수업시간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오랜 시간 학교에 몸담으신 선배 교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심지어 어떤 분은 ‘스승의 날’ 때는 아이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학생의 날’을 챙기긴 하냐고 물으셨어요.”
이후 김 교사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11월3일)을 학생의 날로 삼고 매년 반 아이들에게 장미꽃을 한송이씩 선물한다. 꽃처럼 성장한 졸업생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돼 선생님을 찾아온다.
김 교사는 자신을 학교의 ‘일반 지리 교사’일 뿐이라고 특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할지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가끔 사제 간의 갈등이 부각되지만 여전히 학생들을 최우선
“그래도 학교인데 학원에 밀린다는 생각이 들 때는 가끔 좀 슬퍼요. 학원 스케줄 때문에 학교 일을 안 하려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근데 어찌 하겠어요. 학교와 제가 좀 더 이해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죠.”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김예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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