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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선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실시간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 TV에 출연해 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7명이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에서 ‘BJ(브로드캐스팅 자키)’로 나섰다. 아프리카 TV는 주로 ‘먹방(먹는 방송)’이나 게임 해설 같은 흥미 위주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실시간 방송이다. 때로는 선정적인 내용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한다.
사회 식자층인 교수들이 이 같은 인터넷 방송에 생방송으로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김영걸 교수는 “지금 젊은 층이 좋아하는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어야 대학 강의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단언한다. ‘비즈앳카이스트(Bizz@KAIST)’라는 자체 방송국까지 설립해 지난해 10월부터 경영대학 MBA 과정 강의를 내보내고 있다.
방송 시간은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처음에는 동문과 재학생을 상대로 했으나 올해 들어 일반인들로 확대했다.
수강생 수도 크게 늘었다. 처음에는 60명 남짓했던 동시 접속자 수도 100명을 훌쩍 넘고 있다. 지난 1월 14일에는 154명으로 신기록을 세웠다.지난 9일까지 총 1만98명이 접속해 강의를 시청했다.
교수들도 접속자들의 실시간 반응을 접할 수 있어 흥미롭다고 한다. 오프라인 강의에서 교수 눈치를 살피며, 질문 조차 주저하는 학생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기 의견을 실시간으로 밝힌다.
때때로 실시간 댓글이 상당히 공격적이다. “노잼”이 그 같은 경우다. 노(no)와 재미가 결합된 말로 교수 강의가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재미를 지향하는 젊은이들과 아프리카 TV의 속성상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교수들도 강의를 재미있게 진행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다. ‘예능보다 재미있는 경영학 강의 들어보실래요?’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다양한 색깔로 자료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은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 퀴즈를 맞춘 시청자에게 경품을 전달하는 일도 잦아졌다. 정답을 맞춘 축하 선물로 교수가 직접 성악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교육에 흥미까지 더해야 하기에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윤여선 교수는 스튜디오로 향하다 연구실 책꽂이에 이마를 부딪혀 피가 나는 사고를 당했지만, 예정대로 강의를 진행해 동시접속자수 신기록을 세우는 투혼을 발휘했다. 반창고 상처 부위를 가린 채 방송한 끝에 나온 결과라 더욱 흐뭇했다.
지난 1월 캄보디아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김 교수는 귀국 후 독감으로 목이 잠긴 상황에서도 강의를 계속했다. 김 교수는 “당시 걱정하던 아내가 몰래 방송에 접속해 ‘오늘은 교수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으니 방송을 줄이는 것이 어떻겠냐’고 채팅을 남겼다고 하더라”며 “몸은 힘들어도 늦은 시간까지 강의를 기다려 준 시청자를 위해 끝까지 방송을 진행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일부 접속자들은 이 같은 교수들의 열정을 인정해 “늦은 시간에도 수고가 많으시다”며 유료 아이템인 ‘별풍선’을 선물하기도 했다. 한 학기동안 쌓인 별풍선은 1만4703개에 달해 현금으로 환산할 경우 147만원에 달한다. 이 수익금은 전액 카이스트 경영대학에 기부된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은 아프리카 TV 같은 쌍방향 실시간 강의가 앞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케이무크(K-MOOC)’를 비롯한 기존의 온라인 강좌들은 수강생들이 녹화된 강의를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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