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나 제적등본 등에 기록이 없더라도 과거사 희생자로 볼 신빙성 있는 증거가 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산청 대하리 피란민 일가족 희생사건’으로 숨진 조인현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출생신고 기록조차 없는 조인현씨를 비롯해 한국전쟁 당시 국군의 구타와 총상으로 사망한 일가족 3명 모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씨가 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만 2세가 채 되기 전에 사망해 족보에도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족보와 제적등본에 기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조씨를 희생자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을 뒤집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조씨의 나이에 대한 관련자들 진술이 엇갈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만 1세를 넘기면 우리나라 나이로 2~3세로 보이는 만큼 진술이 다르다는 이유로 희생을 거짓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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