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에 복지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러 복지사업 중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이영 교육부 차관)
“무상급식처럼 재분배 목적에 치중한 복지보다는 누리과정 같이 교육목적까지 결합된 복지사업에 교육재정을 먼저 배분해야 합니다.”(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매일경제는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누리과정 예산 파동까지 겪은 지방교육재정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매일경제 본사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영 차관과 안종석 선임연구위원,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 소장, 오세희 인제대 행정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무상 급식·보육 등으로 시도 교육청 채무가 크게 늘었다. 복지 확대 속도를 조절해야 하지 않는가.
▶이 차관=무상 급식·보육 외에 종일돌봄 등 학령 인구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서비스가 크게 늘어났다. 이 중 무엇이 정말로 핵심교육서비스인가, 시장에 맡겨서는 안될 서비스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무상급식보다는 무상보육이 훨씬 더 중요하고 정부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누리과정 단계인 3~5세에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는 게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사회 적응력과 소득 수준이 달라지고, 성인이 돼 감옥에 가느냐 마느냐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가재정에 여유가 있다면, 무상급식도 보듬을 수 있겠으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후순위다. 급식은 시장에서 대체가 쉽다.
▶안 선임=어떤 사업이 교육의 질과 양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느냐를 봐야 한다. 누리과정은 교육을 양적으로 팽창시켰다. 교육의 테두리 밖에 있던 아이들을 교육 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 교육을 질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도 논의해야 한다. 반면 무상급식은 순수하게 재분배 목적이다. 교육목적이 높은 사업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곤란하다.
▶임 소장=복지 수요가 2008년 이후 봇물처럼 늘어났다. 한꺼번에 시행이 되면서 (돈을 누가 낼 것인가를 놓고) 중앙과 지방의 갈등이 커졌다. 연차적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재원없이 복지 사업부터 늘리지 못하게 막는 장치도 필요하지 않는가.
▶이 차관=일반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복지 프로그램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제도조정소위에서 걸러낸다. 예를 들어 성남시는 산후조리원이 민간에 많이 있는데도 무상 산후조리원을 추진하고 있어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제동을 걸었다. 이 같은 제도를 교육에도 도입하는 게 어떨까 한다. 교육부가 교육청과 협의해 중복되거나, 효과가 의문시되는 복지 사업은 일부 걸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복지를 제외한 여타 분야에서 지방교육재정의 씀씀이가 비효율적인 분야를 든다면.
▶이 차관=학교 수다. 저출산 때문에 학생수는 크게 줄었으나 학교 수는 늘어났다.(학생 수는 2010~2015년에 114만명이 감소했으나학교는 289개교가 늘어났다.) 인구가 주는 구도심 학교는 그대로 둔 채 신도시에 학교를 계속 설립했다. 재정 효율화 뿐만 아니라, 교육 목적을 위해서라도 학교는 너무 작아서는 안된다. 일정 규모 이상은 돼야 한다. 학교의 적정 규모 기준을 올린 것도 그래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읍은 120명 이하, 도시지역은 240명 이하가 통폐합 대상이다.)
▶오 교수=소규모 학교들이 지역 공동체 유지에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은 돼야 한다. 소규모 학교는 교원 수가 작아 교원들이 행정업무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밖에 없다. 학생 교육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어든다.
-개별 교육청에 교부금을 지급할 때 기준이 학생 수, 학교 수, 학습 수다. 이 중 학생 수 비중을 30.7%에서 36.7%로 올렸는데, 이 또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위한 조치 같다.
▶이 차관=학교 수의 비중이 높으면, 교육청은 학교 수를 많이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보조금 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학생 수 비중을 한 차례 높였기 때문에 조만간 더 올리기는 어렵다.
▶임 소장=교육의 수요자는 학생이다. 시설이나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도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의 역사를 보면, 교직원과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학생 수 중심으로 전환을 급격하게 하려고 하면 이해득실을 놓고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가 점진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좋겠다.
▶오 교수=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생길 폐교 활용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매각하면 교육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을 고쳐서라도 누리과정과 같은 특정한 용도에 중앙정부가 교부금을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이 차관=누리과정을 의무지출토록 법에 규정하자는 취지다. 지금은 시행령에만 규정돼 있다. 교부금은 (사용처를 정하지 않은) 보통 교부금과 (사용처를 정한) 특별 교부금으로 나뉜다. 누리과정을 특별 교부금으로 정할 수 있겠다.
[정리 =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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