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나몰라라…터널 불법시공후 수십억 챙긴 현장소장

고속도로, 전철의 터널공사 과정에서 불법 시공을 하고 적정 수량의 자재를 사용하지 않은 건설업체 관계자와 이를 묵인한 감리단 관계자 등 15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7일 공법을 마음대로 바꿔 공사비를 과다 청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로 A건설업체 현장소장 배모(42)씨를 구속하고 배씨의 범행을 눈감아 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감리단 관계자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터널 붕괴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락볼트’를 설계에 나온 대로 시공하지 않고 자재를 빼돌려 차액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로 고속도로 건설 현장 소장 정모(52)씨 등 공구 관계자 6명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 등은 2015년 3월부터 경북 경주시 외동면 울산∼포항 복선전철 3공구 터널 공사 과정에서 설계도와 다른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해 발주처에 17억여 원을 과다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공구는 붕괴 우려 때문에 화약 발파 대신 비용이 많이드는 ‘무진동 암반파쇄공법’을 사용해야 했지만 배씨는 공사비를 빼돌리기 위해 발파를 강행했다. 배씨는 범행 묵인을 대가로 감리단 관계자에게 150만원 상당의 골프채 한 세트도 제공했다.
정씨 등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경주시 양북면과 포항시 남구 오천읍 진전리 일대 4개 고속도로 터널공사 현장에서 7만4000여개의 락볼트를 쓰도록 한 설계를 무시하고 5만3000여개만 설치한 뒤 허위로 거래명세서를 만들어 12억여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사 공사팀장과 공사과장 등도 장비업자 등으로부터 공사 청탁과 함께 수백 만원씩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발주처도 안전 취약 장소에 대해 2주 1회씩 현장을 점검하도록 돼 있지만 점검을 누락하는 등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주처에 터널 정밀 안전진단과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하고 과다 지급한 26억여 원도 환수하도록 하겠다”며 “건설현장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 = 우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