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대구 신병훈련소에서 폭발사고를 일으킨 수류탄과 같은 종류의 수류탄이 군 당국 조사 과정에서 4발이나 이상폭발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16일 "지난해 대구 신병훈련소 폭발사고 수류탄과 로트번호(생산연도와 생산라인 등을 문자와 숫자로 표기한 것)가 같은 수류탄 5만5천여발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4발이 이상폭발 현상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9월 11일 대구 신병훈련장에서는 수류탄 투척훈련 중 1발이 폭발해 부사관 1명이 숨지고 훈련병과 다른 부사관 1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직후 국방부는 문제의 수류탄과 로트번호가 같은 수류탄 5만5천155발을 전량 회수해 1단계 조사에서 1만5천발을 폭발시켜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으나 2단계 조사에서 4발이 이상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작년 11월 30일과 올해 1월 6일 이상폭발 사례를 발견한 국방부는 수류탄 폭발시험을 동영상으로 정밀 촬영했고 이달 5일과 15일 이상폭발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이들 2건의 이상폭발 동영상 분석 결과, 수류탄 안전핀을 제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관 기폭관이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작년 9월 사고 당시만 해도 수류탄의 안전핀을 제거하고 안전손잡이를 놓았을 때 폭발을 4∼5초간 지연시키는 지연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지난 5일과 15일에는 안전핀을 없애기도 전에 이상폭발이 발생한 것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에 이상폭발을 일으킨 수류탄의 경우 시험장비 전류 누설 등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기폭관이 독립적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조사에 쓰인 시험장비는 하루 300∼400발의 수류탄 폭발시험을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국방부가 조사를 빨리 진행하고자 하루 1천여발을 폭발시킨 탓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제품 결함에 의한 이상폭발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밀 분석작업을 통해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작년 11월 30일과 올해 1월 6일 이상폭발을 일으킨 수류탄의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에서 뇌관은 격발됐으나 지연제는 점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들 2건의 이상폭발이 지연제의 연소 결함에 따른 것인지 기폭관이 먼저 폭발한 탓인지는 추가 시험을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의 동종 수류탄 5만5천여발 가운데 지금까지 3만5천여발을 폭발 시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국방부는 폭발시험을 오는 4월까지 완료하고 같은 달 말에는 종합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폭발 사고 원인 규명이 끝날 때까지 올해 수류탄 생산과 납품을 전면 중지했습니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안전성을 개선한 신형 수류탄 개발도 추진 중입니다. 수류탄 지연제와 기폭관 사이에 '세이프 디스크'를 삽입해 조기 폭발을 방지하는 외국 사례가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