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승을 부리는 중국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조직이 ‘중학생’까지 범행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사기전화에 속은 피해자의 돈을 가로채려 한 혐의(절도미수 및 주거침입)로 이모(16)군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은 겨울방학 무렵 범행에 빠졌다.
당시 중국동포인 주모(17)군이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하면 일당 80만~150만원을 번다’며 학교 친구들을 꾀였다. 다른 중국동포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이군과 박모(16)군이 가담했다. 이군은 서울을, 박군은 대구·대전을 맡는 등 ‘담당 구역’까지 정했다.
먼저 이군은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정모(68·여)씨를 상대로 범행에 나섰다.
정씨는 이미 지난달 중순 이군이 가담한 조직의 사기 전화에 속아 예금과 적금, 카드 대출로 빼낸 1억400만원을 잃은 터 였다.
당시 범죄 조직은 정씨에게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예금인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계좌에서 돈을 빼낸 뒤 집 안에 숨겨놓으라”고 지시했고, 정씨는 이를 그대로 따랐다.
정씨가 돈을 인출해 자신이 일하는 아파트 내부에 숨겨두면 수거책이 집에 몰래 들어와 가져갔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전에 정씨로부터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냈고, 돈을 수거할 때는 정씨가 잠시 집 밖에 있도록 유인했다.
정씨는 한 달이 다되도록 범죄 조직이 자신의 돈을 가져간 사실을 몰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씨가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보름 만에 다시 사기전화를 걸어 ‘초짜’인 이군에게 찾아오도록 시켰다.
지난달 25일 범행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군은 정씨가 있는 아파트에서 잠복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1억여원을 잃고 나서야 보이스피싱 사기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씨가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며, 인근에서 이군에게 지시를 내리던 중국동포 차모(21)씨를 구속했다.
아울러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행을 준비 중이던 주군과 박군을 입건하고, 이들에게 범죄를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포통장을 이용한 인출이 어려워지자 수거책을 이용해 직접 돈을 찾아가는 수법을 쓴다”며 “수거책 모집이 쉽지 않아 세상물정 모르고 넘어오기 쉬운 중학생에게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정윤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