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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소재 A 추모공원에 많은 유골이 모셔져 있다 [사진 = 박세연 기자] |
최근 수목장이나 산골(散骨) 등을 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화장된 유해는 일반적으로 봉안당(奉安堂)에 안치된다.
흔히 납골당이라 불리는 봉안당은 화장률이 높아짐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0년 전국 100개에 불과했으나 2014년 기준 381개에 달한다.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납골당은 언제든 찾아가 고인을 만날 수 있는 고마운 장소지만 계약 주체간 다툼이 늘어나면서 언제부턴가 다소 불편한 이름이 된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납골당에 상존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죽은 뒤 버려지는 쓸쓸한 주인공들이다.
2000년대 초반 문을 연 경기도 소재 A 추모공원. 이곳은 안치단 최초 분양 후 5년 단위로 관리비를 갱신한다. 현재까지 두 차례 갱신 시기를 거쳤으나 미납 사례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추모공원 관리소는 1차적으로 계약자에게 연락을 취해 관리비 납부를 유도한다. 관리비가 체납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제사 문화 쇠퇴로 단순히 계약기간을 잊어버려 관리비를 제 때 납부하지 못한 경우에는 금세 처리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못 낸 경우 혹은 계약자와 아예 연락이 안 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연락이 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계약자가 연락처나 주소 변동 사실을 추모공원에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추모공원 측은 “휴대폰 번호가 010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새 번호를 알려오지 않았다거나 이사 후 새로운 집주소를 알리지 않아 계약자와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형제자매간 분쟁으로 인해 계약자와 연결이 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체로 장남 우선으로 계약자를 선정하는데 장남이 다른 가족들과 절연하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다.
A 추모공원 측은 “어떤 분들은 고인을 선산으로 모시고 가려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계약자 우선이니 계약자가 없는 상황에서 유골 반출을 해줄 수 없을 때도 있다”고 난처한 입장을 전했다.
반대로 가족 측에서 계약자에게 공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A 추모공원 측은 “가령 고인의 자녀 중 형제자매가 다수인 분들 중 우리가 연락처를 알고 있는 다른 형제에게 연락을 하면 ‘계약자에게 내라고 하시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관리비가 체납된 일부 고인의 안치단에는 관리비 미납 사실을 고지하는 공고문이 머쓱하게 붙어있다. 흡사 ‘딱지’처럼 보여 모양새가 썩 좋지 않지만 추모공원 입장에선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관계자는 “명절에는 찾아오시지 않을까 싶어서, 누군가 오면 (공고를) 볼테니 계약자에게 연락을 해달라는 내용을 쪽지로 붙여뒀다”고 설명했다.
수년 이상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해당 유골은 사실상 무연고 시신과 동일하게 분류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적시된 바에 따라 관공서 신고 및 공고 절차를 거쳐 따로 봉안한다. 일정 기간(대체로 10년)이 지나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폐기 수순을 밟는다.
상당수의 추모공원이 2000년대 초반 이후 형성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무연고 처리 절차를 밟은 사례는 없다는 게 A 추모공원의 설명이다. 이곳 역시 수년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사실상 버려지다시피 한 유골함을 최초 분양 받은 안치단에 그대로 두고 있다.
하지만 A 추모공원은 장기적으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관계자는 “아직은 관리비 장기 미납 사례가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20~30년 후에는 무연고 발생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이유로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가족이 모일 경우 다음 세대를 고려한 장례 방식에 대한 논의를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죽은 뒤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점차 각광받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부모님 혹은 형제자매 등 가족을 납골당에 안치한 뒤 관심을 좀처럼 기울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혹자는 삶에 찌들어 본의 아니게 잊고 살기도 하겠으나 가족해체와 더불어 효 가치관이 붕괴되는 사회 전
관계자는 “관리비를 잘 모른다는 건 그만큼 이 곳을 잘 안 온다는 이야기다. 때로는 3~4년 만에 와서 어머님 위치를 모른다 하는 분도 있다. 그만큼 각박하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겠지만 간혹 만나게 되는 위치도 모르는 분들은 사실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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