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공항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사장 자리가 40일째 공석인 가운데 인천공항과 달리 한국공항공사가 후임 사장 공모를 미루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천공항 대주주인 정부는 29일 오후 열릴 인천국제공항공사 주주총회에서 정일영 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과 오창환 전 공군사관학교장 가운데 한명을 신임 인천공항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정 전 이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께 취임할 예정이다.
인천공항 후임 사장 공모는 지난해 12월 19일 박완수 사장이 20대 총선 출마(창원 의창)를 위해 사직한 뒤 연초부터 수하물 대란이 발생하면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 7일 사장 공모를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린 인천공항은 13일 공모를 거쳐 4배수로 압축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제출했다.
공운위는 28일 최종 2명의 후보를 추렸고, 인천공항은 하루 만인 이날 주주총회에서 최종 1명을 결정한다. 박 사장 사퇴후 40일 만에 후임 사장을 결정한 셈이 됐다.
반면 김포국제공항 등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는 김석기 사장이 박완수 인천공항 사장과 같은날 사직했지만 아직까지 공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보다 하루 빠른 지난 12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14일에 첫 회의를 개최해 공고 문안까지 확정한 상태지만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모를 보류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제주공항에 자연재해와 교신장애가 잇따르면서 승객과 항공기 안전에 빨간불이 커진 상태다. 위급 상황에 대비한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김포공항 단거리 국제선 증설, 울릉·흑산·백령공항, 제주제2공항 건설, 공사법 개정에 따른 추가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갈 지에 대한 액션 플랜도 시급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전 교감을 이룬 인사를 찾기 위해 공모를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설 연휴가 코 앞인 점을 들어 이 기간 기습 공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례도 있다. 인천공항은 2014년 제6대 사장 재공모때 추석연휴 전날인 9월 4일 재공고를 냈다 비판을 받았다. 2주 공모 기간 가운데 추석연휴 5일을 빼면 사실상 준비 기간은 9일에 불과해 사전내정설이 힘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낙하산 인사(박완수 전 창원시장)가 사장으로 임명됐다. 가뜩이나 서류 준비 기간이 계속 줄어들어 이 같은 의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통상 3주이던 서류 제출 기간은 2주로 축소되다 최근 인천공항 사장 공모에서는 8일로 축소됐다. 만일 한국공항공사가 설 연휴 기간을 포함해 공모한다면 실질적 서류
이에대해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아직 정부 일정이 안나와 공고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면서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설 연휴 기간 공고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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