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공직에서 승진하기 전 2~3년 동안만 열심히 일하고 승진 후 곧바로 외청 등 편한 보직으로 옮겨 쉬엄쉬엄 일하는 관행이 사라질 전망이다.
28일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은 “앞으로 승진 후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보직으로 옮겨가서 쉬는 관행을 없애겠다”며 “지금까지는 승진심사 때 직전 근무기간 3년의 평가점수 만을 반영했지만 이를 대폭 늘려서 승진 전에만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의 모습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승진 전 3년 동안 평가점수를 갖고 심사를 하다보니 그때만 바짝 일해 승진하면 쉬러간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공무원은 재직중 모든 기간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만큼 승진심사 때 평가점수에 반영되는 기간을 ‘해당 계급 전 기간’으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사혁신처는 대통령령인 ‘공무원 성과평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승진심사 평가기간을 현행 3년에서 해당 계급 전 기간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는 30년을 근무한 공무원도 막상 최선을 다해 일한 기간은 채 10년이 되지 않는 공직사회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문성을 갖고 잘하면 계속 (같은 보직에)있으면서 승진도 하는 등 보람을 갖고 공직생활을 할 수 있게끔 순환보직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승진시 평가점수 반영기간을 늘리면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승진을 앞둔 사람이 맡게 되는 보직에서만 열심히 일하는 관행에 철퇴가 가해진다.
인사혁신처는 실제로 이같은 관행을 파괴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인사혁신처에서 6급 주사에서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공무원은 모두 6명이지만 이들중 보직을 옮긴 사람은 두 명 뿐이었다. 나머지 4명은 승진 이전에 일하던 자리에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6명 모두가 일이 수월하거나 주목도가 떨어지는 보직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라는 게 관가의 공통된 평가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순환보직 깨기’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평가다. 이 처장은 평소 ‘Z자형 순환보직’의 관행을 깨고 공무원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주무과와 비주무과의 구분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기존에 Z자형 순환보직이 유지되는 이유는 주무과에서 정책총괄업무를 담당한 사람을 승진시키고 그 자리를 주무과가 아닌 곳에서 일하던 사람들로 순차적으로 채우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명이 자리를 옮길 때 마다 연쇄적인 보직이동이 필요해진다. 공무원의 전문성이 낮아지는 이유다.
이근면 처장은 이런 관행에 대해 “김병지에게 이동국과 같은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각 포지션에 맞는 인재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무과’라는 스트라이커 자리만을 보고 보직이동을 거듭하다보면 좋은 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제 보직을 옮기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승진시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인사처는 작년에 소청심사위에서 근무하던 모 서기관(
인사처는 이밖에도 올해 안에 전문가형 공무원을 양성하는 전문직제를 도입하고 초급 관리자인 사무관(5급) 5∼6년차에 관리자형으로 갈지, 전문가형으로 갈지 결정하도록 하는 등 기존 순환보직 체계 개선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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