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쉬워진 운전면허 취득 시험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다시 어려워진다. ‘물면허’ 시험이라는 비판과 함께 도로 위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상반기에 면허를 따려는 응시자 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현행 장내기능시험에 △경사로 △좌·우회전 △T자형 주차 △신호교차로 △가속 등 5개 검증 항목을 추가하는 등 면허시험의 난이도를 높이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바꿔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정확한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규칙 개정과 운전면허시험장·운전학원 시설 변경 작업 상황 등을 반영해 이르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게 경찰청 입장이다.
현행 운전면허 시험은 크게 학과시험(필기시험)과 장내기능시험, 그리고 도로주행시험 등 세 단계로 나뉜다. 현재 장내기능시험은 현재 50m를 주행하면서 차량 조작 능력과 차로 준수 여부, 급정지 등만 평가해 “시동 걸고 50m를 달리면 ‘그냥’ 합격”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행거리가 300m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과거 최대 난코스로 불렸던 ‘경사로’(언덕에서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와 방향 전환과 주차 능력을 검증하는 ‘T자 코스’가 부활한다. 특히 T자 코스는 주차 능력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도로 폭이 과거보다 훨씬 좁아져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규제완화와 서민들의 호주머니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장내 기능과 학과 교육 시간 등이 대폭 완화됐지만 그 역작용으로 2011년 이후 연습면허 취득자들이 교통사고를 내는 사례가 늘어났다”며 “장내기능시험의 경우 2011년 간소화 조치로 60% 후반대이던 합격률이 90%대로 크게 뛰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5개 측정 항목 중 특히 T자형 주차는 도로 폭이 좁아 응시자들이 꼼꼼하게 준비를 해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경찰은 학과시험에서도 40개의 문항 수는 그대로 두면서 기존 730개의 문제은행을 1000개로 늘려 응시생들의 이론학습이 강화될 수 있도록 했다. 새로 추가되는 270개의 문제은행은 보복운전과 이륜차 인도주행, 긴급자동차 양보 등에서 응시자의 기본 상식을 묻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주행시험은 자동변속기 차량의 경우 달라지는 게 없지만 수동변속 평가항목에서는 브레이크 조작 관련 등 검정원의 주관적 개입 소지가 많은 채점 항목을 줄여 현행 62개 평가 항목이 34개로 줄어들게 된다.
한편 경찰은 이른바 ‘독학’이 아닌 운전전문학원의 도움을 받는 응시자들의 경우 바뀐 장내시험으로 인해 학원에 내는 비용이 7만원 가량 더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에 내는 비용은 평균 40만원으로 운전전문학원에서 받는 의무교육시간은 지금처럼 ‘13시간’으로 유지된다. 다만 장내기능시험이 어려워
경찰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응시자들에게 충분한 학습과 도로적응력을 유도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다소 어렵더라도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꼭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상경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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