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초등생 시신훼손·유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학대 피해자 A(2012년 사망 당시 7세)군을 때려 숨지게 하고 잔혹하게 시신을 훼손한 아버지에게 폭행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했다.
경찰은 A군의 아버지 B(34)씨와 함께 아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어머니 C(34)씨에게는 사체손괴·유기 혐의를 추가했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22일 A군 부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B씨는 2012년 11월 7일 오후 8시 30분께부터 2시간 동안 부천에 있는 자신의 전 주거지 안방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A군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발로 머리를 차는 등 2시간 넘게 폭행해 다음 날 숨지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아들이 숨지자 집 부엌에 있던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아내와 함께 시신의 일부를 버리고 일부는 3년2개월간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성인 남성인 B씨가 몸무게 16㎏의 왜소한 7살 아들을 발로 걷어차는 등 과도하게 폭행한 점을 살인죄 적용 근거로 들었다.
B씨는 경찰에서 “(사망 당시) 아들이 뼈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군은 지속적인 학대로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망 당시 2살 아래 여동생(2012년 당시 18㎏)보다 몸무게가 가벼웠다.
B씨는 90㎏의 건장한 체구로 평소 헬스와 축구 등 운동을 즐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또 B씨의 폭행이 A군이 5살일 때 부터 사망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주 2∼3회 반복적으로 이뤄졌고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 점도 고려했다.
경찰은 폭행이 보통 한 시간 이상 지속하고 한 번에 수십 차례씩 때리는 등 훈육의 수단으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어머니 C씨는 “아들이 숨지기 전날 사소한 잘못을 했다고 (남편한테) 들었다”며 “남편이 혼을 냈는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가 맞았다”고 진술했다.
B씨는 경찰에서 “권투하듯이 세게 때렸는데 ‘이렇게 때리다가는 (아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사망 가능성에 대한 예상과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A군 사망 한 달 전인 2012년 10월 욕실에서 실신할 정도로 때려 위중한 상태임에도 처벌이 두려워 즉시 병원에 후송하지 않고 방치했고, 범행 은폐를 위해 잔혹한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한 정황을 볼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앞서 ‘상대방을 때릴 때 숨지게 할 고의가 없는’ 폭행치사죄로 B씨를 구속했다가 이날 살인 혐의를 비롯해 사체손괴·유기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아들을 직접 폭행하지는 않았지만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할 때 남편을 도운 C씨에게는 살인 혐의를 제외하고 남편과 같은 죄명이 적용됐다.
경찰은 특히 B씨의 진술을 토대로 2012년 11월 7일 2시간여에 걸친 폭행 이후 다음날인 A군 사망 당일에도 B씨가 아들을 때린 것으로 판단했다.
B씨는 아들이 5살 때인 2010년 어린이집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며 또래 친구들과 반복적으로 말썽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때리기 시작했으며 초등학교 입학 이후 강도를 높여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 부모는 교육방송과 학습지 등으로 홈스쿨링을 하기 위해 2012년 5월부터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조사 결과 실제 학습지 등을 구독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B씨가 20대 때 징병 신체검사에서 당시 공익근무요원 복무 판정(4급)을 받고도 입대하지 않아 2011년부터
한편 경찰은 2012년 당시 A군이 다니던 학교로부터 장기 결석 통보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부천 주민센터 직원도 직무유기 혐의를 불구속 입건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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