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62)가 첫 재판에 출석해 “검찰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53)이 홍 지사 측근 엄 모씨(60)로부터 회유당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가 검찰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새로 제기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21일 열린 첫 재판에서 홍 지사 측은 “지난해 4월 13일 윤 전 부사장은 홍 지사 측근인 엄 모씨에게서 회유 전화를 받았을 때 모 호텔에서 김 모 검사를 만나고 있었다”며 “통화가 녹음되는 자리에 검사가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인간의 통화가 수사기관에 의해 적법한 절차 없이 녹음된 경우 불법수집 증거로 본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는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윤 전 부사장을 접촉했을 뿐이며, 엄씨 등으로부터 윤 전 부사장에 대한 회유 시도가 있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홍 지사 측과 검찰은 법정에서 ‘불법 증거’ 등의 표현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지난 6차례의 공판준비 절차 뒤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홍 지사는 “저 같이 검사를 하고 정치를 20년 한 사람을 수사하면서도 불법감청을 동원하는데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는 어떤 짓을 하겠느냐”며 “검찰 내부 감찰을 해야 할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검찰은 2011년 6월 중하순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돈 1억원을 당 대표 경선자금 명목으로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홍 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금품을 공여한 혐의로 윤 전 부사장도 함께 기소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재판 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를 오래하다보니 이런 참소도 당하는구나 싶다”며 “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법정에 출석한 윤 전 부사장 측은 “홍 지사에 대해 악감정은 전혀
재판부는 두 피고인이 사실관계 자체를 다투고 있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 심리를 분리해 진행하기로 했다. 윤씨는 향후 홍 지사 재판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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