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표이사 비서로 근무 중인 김은지(29·가명)씨는 “타부서에서도 커피를 달라고 당연하게 요구한다. 비서가 직원들 노예도 아니고 모든 구성원의 커피를 책임지라는 건가”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성희롱도 여전하다. 중소기업 대표 비서인 하연주(27·가명)씨는 “큰아버지 뻘인 대표가 밤늦게 업무 외의 일로 전화를 한다. 심지어 가까이 있으면 예쁘다며 볼을 만지고, 엉덩이도 툭툭 친다”며 “소리 지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계약직이라 참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비서들이 권익향상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조합’을 결성했다. 전·현직 비서 80명이 모여 지난해 12월 직능조합 형태의 전문비서협회를 출범한 것이다. 노경은 전문비서협회 초대 회장은 “지금까지 비서들이 부조리한 현실에 처해 있으면서도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통로가 부족했다”며 “앞으로 비서들이 전문 직업인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비서협회는 비서의 고용형태를 지적했다. 전국에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전문 비서직은 정부가 선정한 파견직 적합업종이다. 한국팔로워십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0월 한 달 동안, 채용된 비서 중 76.1%가 파견직 또는 계약직이다. 비정규직의 고용 형태로는 인사팀이나 노조의 보호를 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협회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기 쉬운 비서직을 위해 지난해 12월 몽고식품에 대한 갑질 금지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들은 “수행기사 역시 전문비서의 직업 범위에 들어가므로 향후 재발 방지와 해당 사업장의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며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이들은 비서 교육 기관인 한국팔로워십센터와 함께 기업이 정규직 비서를 채용할 경우 해당 업체에 비서 전문교육을 제공하는 ‘정(情)규직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경단녀 복귀 프로젝트나 비서직 고용 확대 등도 예정돼 있다.
비서직에 대한 편견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2013년 8월 온라인 커뮤니티 비서백서와 한국팔로워십센터가 비서직 종사자 2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서에 대한 선입관은 ‘쉬운 일을 한다(56%), ’외적 이미지만 생각한다‘(23.8%), 직업 연령이 낮다(11.9%) 등이 꼽혔다. 이에 전문비서협회 측 관계자는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고용 주체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임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디지털뉴스국 이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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