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가 최근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가해자 처벌 수위는 다른 흉악범죄에 비해 극히 낮았습니다.
부천 아동 시신훼손 사건을 계기로 가정 내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재조명 받으면서 아동학대 조기 발견·개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8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박사가 내놓은 '아동학대의 실태와 학대피해아동 보호법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 건수는 총 9만5천622건에 달했습니다. 하루 26건씩 신고가 접수된 셈입니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04년 6천998건, 2008년 9천570건, 2012년 1만943건으로 크게 느는 추세입니다. 2013년에는 1만3천76건으로 전년 대비 19% 이상 급증했습니다.
신고된 건 가운데 실제 아동학대 판정을 받은 사례는 총 5만5천484건이었습니다. 2004년 3천891건에서 2013년에는 6천796건으로 74.6% 증가했습니다. 10년간 하루 평균 15.2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했습니다.
유형을 보면 신체·정서학대, 방임, 성적학대 등 가운데 2가지 이상이 동시에 이뤄진 중복학대가 40%로 가장 많고 방임이 34%, 정서적 학대 13%, 신체 학대 8%, 성적 학대 4%, 유기 1% 등의 순이었습니다.
중복학대를 제외하면 방임이 34.1%로 가장 빈번했고 정서학대(33.5%), 신체학대(26.7%)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2004년 이래 정서적 학대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2013년 들어 신체학대가 급증한 점이 눈에 띕니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부모가 82.7%로 절대다수였습니다. 이어 대리양육자(6.8%), 친인척(6.2%), 타인(2.3%)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울산·칠곡 계모 사건 등을 비롯해 최근 사회적 논란을 부른 대부분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친부모 혹은 의붓부모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과 궤를 같이합니다.
통계로 나타난 아동학대의 심각성과는 반대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관대했습니다.
해당 기간 검찰에서 처분한 572건을 표본 추출해 가해자 처벌 수위를 확인해보니 법원 재판에 넘긴 건은 32.2%에 불과했습니다. 벌금형 약식기소가 12.7%였고 나머지는 기소유예(30.3%), 혐의 없음(13.4%)으로 처리됐습니다. 아동학대 피의자로 조사받은 가해자의 절반가량이 면죄부를 받은 셈입니다.
재판에 넘긴 비율은 2014년 기준 전체 범죄 비율(7.8%)보다는 높지만 흉악 범죄(40.0%)보다는 낮습니다.
실제 피해 아동은 아무런 대책 없이 가정으로 돌아가 가해 부모가 함께 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강 박사는 "사안에 따라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처분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특별한 담보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피해 아동을 원 가정에 방치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동학대 조기 개입·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 가정방문서비스 제도화 ▲ 예방의료체계와의 연계를 통한 아동학대 조기 발견 시스템 구축 ▲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상담원 확충 등을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