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해지·취업규칙변경 등 ‘2대 지침’을 둘러싼 노·정간 의견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정부는 이들 지침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한국노총의 요구를 일정부분 받아들인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시한을 정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한국노총은 “논의의 시한을 정하면 안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여전히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노총이 19일 노사정위원회 탈퇴 여부를 두고 최종 입장발표를 할 예정인 가운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단 만나서 협의를 해야 한다”며 한국노총의 대화복귀를 촉구했다.
18일 정부와 여권 고위관계자는 “여권 고위관계자는 ”한국노총이 자꾸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자고 주장하는데 우린 백지상태라도 일단 논의 자체를 시작하는게 우선“이라며 ”논의가 시작되면 노동계도 안을 가지고 와서 정부의 안과 내용 협의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1일 한국노총의 노사정대타협 ‘파탄선언’ 이후 노동 5법 가운데 기간제법을 중장기 과제로 돌리고, 2대 지침 워크숍도 순연하는 등 사실상의 양보안을 내놓았던 바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2대 지침과 관련해 ‘시한없는 논의’를 제안한 데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시한을 정하지 않으면 한없이 대화만 하다 결실을 맺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올해부터 정년연장이 시행되고 청년고용 절벽이 예상되는데 여유롭게 무작정 대화만 할 순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속도전’과 한국노총의 ‘지연전’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정부가 2대 지침과 관련해 속도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정년 60세 연장으로 우려되는 ‘고용절벽’이 있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고용위축에 대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재교육·개선 기회 부여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을 명확히 하면서 새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오죽하면 지난 13일 대국민담화때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고개까지 숙여가며 국민에게 노동개혁의 절박함을 강조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2대 지침의 지연을 지속하는 데에는 제조업·정규직을 기반으로 한 한국노총의 구성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2대 지침과 노동개혁 법안이 이들 계층에 불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한국노총 내부 산별노조들의 이해관계도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노사정대타협에 찬성 입장이었던 금융노조의 입장선회가 결정타였다는 것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의 ‘텃밭’이기도 한 금융노조가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금융공기업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2대 지침에 대한 반기를 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사정위 주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노동개혁의 반대입장이었던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을 설득해왔지만, 김 위원장의 출신인 금융노조가 등을 돌리자 더 이상 다독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19일 한국노총의 결정은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일관되게 일단 만나서 협의를 하면서 어떤 부분이 논의가 더 필요한지 확인을 하면서 일정을 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왔다“며 ‘협상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이어 ”지난 주와 이번주 한국노총의 여러 일들은 상생을 이어나가기 위한 과도기적 진통“이라며 ”한국노총은 법에 의해 근로자를 대표하고 있고 경총은 경영계를 대표하고 있는데 각 주체가 일시적 진통이나 갈등을 겪을 수 있지만 공생이 완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예정된 19일 오후 4시까지 기다려보고, 그 때까지 변화가 없으면 투쟁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노총의 결정과 관계없이 기간제법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 4법의 입법에 역량을 집중하는
[남기현 기자 / 최승진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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