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체 훼손해 놓고 ‘경찰대응 요령’ 주고받은 부모

‘부천 초등학생 사체 훼손 냉동 사건’ 피의자인 아버지 최모씨(34)가 살인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18일 경기 부천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최씨는 “나도 초등학교때 친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고, 그 과정에서 다친 경우도 있었으나 병원에 간 적은 없다”면서 “아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2012년 10월 씻기 싫어하는 아들을 욕실로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넘어뜨려 다쳤으나 병원 진료 등 별다른 조치 없이 주거지에 방치하다 한달 여 만에 사망했다”는 종전의 주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경찰은 이 경우에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변호사 출신 경찰관을 동원해 이틀째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부모에 대한 프로파일링(범죄행동분석) 조사에서도 살인 혐의를 잡아낼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청과 경기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2명이 입회해 조사한 결과 최씨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편모슬하에서 과도한 경제적 가장의 역할을 요구받으며 성장했다. 어머니 한모씨(34) 역시 부모의 방임·무관심 속에서 자라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 모두 방치와 방임 등의 성장기를 거친 특징이 있고, 이로 인해 심리·사회적으로 매우 고립되 삶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이코패스적 성향 보다는 극단적인 이기적 성향, 미숙한 자녀양육 형태, 경제적 상황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부모는 아들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자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사체를 3년 여 동안 계속 집에 보관한 이유에 대해 “상습폭행 혐의가 드러나면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고, 사체가 부패되면 냄새가 날 것 같아 냉동보관했다”면서 “일정 기간 지나면서 발각되지 않자 무뎌지게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확보한 최씨의 일기장에는 범행과 관련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최씨는 검거 직전 인터넷에서 경찰체포시 대응 요령을 검색하고 부인에게 보내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검색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증거 인멸 여부, 기존 진술의 신빙성 등에 대해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