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액 재고량이 2.1일분(1월7일 기준)까지 급락할 정도로 부족해지면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적정혈액보유량인 5일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 이에 대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과 일부 학교의 유행성 이하선염 유행으로 지난해 단체 헌혈이 2만 7000여건 감소한 탓이라는 분석이.제기됐다
하지만 ‘피가 부족한 대한민국’은 마냥 최근 일은 아니다. 과거부터 헌혈을 하면 위험하다는 오해가 헌혈인구 급감을 불러왔다는 주장도 있다. 헌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과연 뭐가 맞을까.
■ 헌혈을 하면 몸에 안 좋다?
헌혈을 체내 혈액이 빠져나가는 ‘출혈’ 개념으로 생각하고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헌혈은 체중, 혈압, 헤모글로빈 수치 등 일정 기준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이 가이드라인 내에서 시행할 경우 신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의학계 설명이다.
체내 혈액량은 남자의 경우 체중의 8%, 여자는 7% 정도다. 예를 들어 체중이 60Kg인 남자의 몸 속에는 약 4800mL의 혈액이 있고, 50Kg인 여자는 3500mL 정도의 혈액을 가지고 있다. 전체 혈액량의 15%는 비상시를 대비해 여유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신체 내·외부의 변화에 대한 조절능력이 뛰어난 우리 몸은 헌혈 후 1~2일 정도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혈관 내외의 혈액순환이 완벽하게 회복된다.
윤영호 이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헌혈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일부 ‘설’에 대해 “의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윤 박사는 “의학적으로 나쁘다면 헌혈 하라고 홍보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느냐”며 “보통 헌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전혈 헌혈의 경우 1년에 5회로 제한되는데, 한 번 하고난 뒤 2달 정도 후에 또 하는 것은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박사는 “일반적으로 한 번의 헌혈로 체내 혈액의 8% 정도를 빼는데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1~2일 정도면 다 회복이 된다”며 “가이드라인 안에서 헌혈하는 정도로 골다공증이 온다거나 골수에 안 좋다거나, 영양소가 소실돼 건강에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잦은 헌혈로 ‘혈관이 얇아진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같은 부위를 반복적으로 찌르면 혈관에 무리가 갈 수는 있겠으나 보통 2~3일이면 회복이 된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헌혈한다고 해서 혈관이 얇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만성 빈혈을 유발한다’는 주장 역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하며 “근거 없는 이야기로 헌혈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헌혈 괴담’인데, 헌혈이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다. ‘에이, 설마’ 싶다가도 일면 솔깃한 논리에 한편으론 귀가 팔랑거렸다. 그동안 헌혈 꽤 많이 했는데 나이 들어서 진짜 골다공증이 생기면 어쩌지?
양평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최연호 과장 또한 헌혈이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루머에 대해 “골수세포는 적혈구·백혈구 등 혈액세포로 분화한 뒤 다시 증식된다. 또한 골밀도는 골수의 양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칼슘등 뼈의 무기질함량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헌혈이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적십자사가 혈액 장사를 한다?
헌혈증서는 혈액관리법 제3조(혈액매매행위등의 금지)에 의해 매매가 금지돼 있다. “누구든지 금전,재산상의 이익 기타 대가적 급부를 주거나 주기로 하고 타인의 혈액(제14조의 규정에 의한 헌혈증서를 포함한다)을 제공하거나 이를 약속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이 바로 그것. 헌혈증서를 사고 파는 것은 위법 행위이며 관련법규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헌혈을 ‘매혈’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이는 1990년대까지 혈액을 사고파는 사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 헌혈 후 제공되는 영화관람권 등의 기념품이 일부 사람들에게 ‘피 팔아서 영화 본다’는 인식을 심어준 탓이 크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에서 헌혈 후 기념품을 주는 이유는 낮은 헌혈 인구 때문에 금전적인 보상이 아닌 것들로 혜택을 주는 것으로, 외국의 경우 헌혈 후 수분 보충용 음료수를 주는 데 수준에 그친다.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혈액 수가는 경제적인 ‘원가’ 개념이 아니라, 혈액을 채혈하고 관리하고 환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관리비용으로 정부가 정하는 것이다. 또한 OECD 국가들 혈액 수가가 보통 100달러를 넘는데, 우리는 40달러 정도로 높은 편도 아니다.
■ 헌혈을 통한 감염 우려는?
바늘이나 혈액팩 등 헌혈에 사용되는 모든 기구들은 무균처리되어 있으며, 한 번 사용한 후에는 모두 폐기처분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해 에이즈 등 다른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전혀 없다. 실제 헌혈의집에서 헌혈할 때 간호사들이 들고오는 바늘, 팩 등의 물품은 헌혈자가 보는 앞에서 밀봉처리된 비닐봉지를 뜯어 사용한다.
또 보건복지부는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최근 말라리아 위험 지역(경기도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고양시 일산 동구, 고양시 일산 서구, 동두천시, 인천 옹진군, 인천 중구, 인천 서구, 인천 동구, 강원도 철원군, 고성군) 거주자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헌혈을 허용하기로 했다. 말라리아 지역에서 채혈한 혈액은 14일 냉장 보관 후 검사를 거쳐 출고되
대한적십자사 측은 “과거 사례를 보면 말라리아 지역 헌혈을 허용한 다음달 혈액 재고량이 5일분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며 이번 조치로 혈액 부족 사태가 해소될 것을 기대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세연 기자 / 이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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