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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조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
영등포 쪽방촌의 재기 노력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묵묵하게 봉사활동을 펼친 서울대 이영조 통계학과 교수의 선행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무려 16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영등포 쪽방촌에서 나눔 활동을 펼쳤지만 워낙 조용한 탓에 아직도 그의 선행을 모르는 제자와 동료 교수들이 허다하다.
서울대 연구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멋쩍은 듯 16년의 행적에 대해 말을 아끼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내 서울대 제자들과 봉사, 노숙인 등으로 주제를 돌리자 서서히 눈빛이 밝아지며 영등포 쪽방촌으로 연결된 자신과 제자들의 ‘희망’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외환위기가 닥치고 보통사람들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려 노숙인이 됐다.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려고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왔다”며 지난 소중한 기억들을 하나씩 꺼냈다. 그는 외환위기가 터지고 1999년부터 매년 서울대 제자들과 함께 영등포 쪽방촌을 찾아 식사와 침낭을 전하는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매월 함께 봉사하는 학생 숫자는 10여명. 올해도 어김 없이 모금을 통해 확보한 150개의 침낭을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의 웃음을 선물로 받아왔단다. 이렇게 16년간 이 교수와 봉사를 함께한 제자는 400여명에 달한다.
이 교수는 물질적인 교환관계(give and take)에서 만날 수 없는 생의 진한 감동과 소중함을 봉사활동으로 느꼈기에 16년에 이르는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이 봉사를 한번 시작하면 그것으로 끝을 내지 않고 2~3년 동안 계속 꾸준히 활동한다”며 “이는 봉사활동을 통해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고 자신의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번은 한 노숙인에게 침낭을 나눠줬는데 다음날 그분이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침낭을 전해준 학생에게 따뜻한 침낭안에서 세상을 떠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고 애절한 추억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이런 소중한 경험이 쌓여서 학생들이 상대를 돕고 배려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조용히 말했다.
16년간 이어온 노숙인들에 대한 이 교수와 제자들의 관심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임명희 광야교회 담임목사의 요청으로 제자들과 함께 영등포 쪽방촌의 젊은 노숙인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재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는 “올 겨울에 보니 젊은 노숙인들이 많아졌다”고 걱정을 하면서 “봉사활동 역시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요구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희망을 극대화
이 교수는 “경험해본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다르다”며 “학생들이 사회인으로 성장해 성공했을 때 한 두명이라도 남을 도왔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온정의 손길을 내밀면 사회 전체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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