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지방 소재 치대와 서울대 자연계열에 모두 합격한 김 모씨(27)는 치대를 선택했다. 서울대라는 타이틀과 적성을 버리고 안정적인 전문직을 택한 것이다. 6년이 지난 2015년 김 씨는 “결과론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며 “인문,이공계를 불문한 취업난, 기업 구조조정 등의 뉴스를 보면서 일말의 후회조차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춤했던 우수학생들의 의대 쏠림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공계를 회피하고 의대 등 전문직종 학과를 선호하는 고질적인 현상이 이번 서울대 수시모집결과에서 다시 수치로 나타나면서 이공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 산업계는 중국 등 경쟁국들의 치열한 도전과 제조업등 분야에서 산업 경쟁력의 하락 우려에 직면해 우수 인재 수급 및 양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15일 발표한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 충원 합격자 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시모집 1차 추가 합격자는 110명으로 전년도 103명에 비해 오히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정보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생명과학부 등 자연계열에서 추가합격이 많이 나왔는데 이는 타 대학 의대에 중복 합격자가 나와 서울대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서울대가 수시 추가모집 결과를 공개한 첫 해인 2014학년도에는 ‘의대 쏠림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2차에 걸쳐 160명이 입학을 포기했다. 전년도에는 그 수치가 103명까지 줄었으나 올해 다시 소폭 상승하면서 ‘의대 선호현상’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최근 이공계열에 대한 지원과 취업 상황이 개선되면서 무조건 의대를 고집하는 학생은 많이 줄었다”면서도 “올해 서울대 수시에서 자연계열 추가합격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볼 때 의대 선호 경향이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12일 한 서울대 커뮤니티에 ‘의대와 서울대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와 108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서울대 학생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수시 합격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지방대 의대와 서울대 공대를 붙었는데 어딜 가야할지 고민”이라며 선배의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재학생들이 “확신이 없다면 의대에 가는 게 답이다. 서울대 졸업장이 밥먹여주는 시대는 갔다”는 등 ‘안정추구’ 현실을 반영한 충고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우수 학생들이 의학계열로 몰리는 것에 대해 이공계 교수들은 한국산업계의 위기와 맞물려 깊은 염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의대는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던 공대 신입생이 자퇴 후 의대에 진학하는 것도 봤다”면서 “중국의 성장세는 무서울정도다. 우수 인재가 이공계로 유입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산업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대 이공계열의 다른 교수는 “미국의 경우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이공
서울대는 22일까지 수시 최종 등록을 진행하며 미등록된 인원은 정시 모집으로 이월해 모집할 예정이다.
[박대의 기자 / 황순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