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 취객 시비에 절도 표적까지…'몸살 앓는 자선냄비'
법원, '시끄럽다' 자선냄비 걷어찬 60대 벌금 50만원 선고
↑ 구세군 자선냄비/사진=연합뉴스 |
영하 8도까지 내려간 3년 전 겨울 월요일 아침. 서울 청계천변에 놓인 대형 자선냄비에 한 노숙인이 다가갔습니다.
그는 냄비 뚜껑을 열고 한 움큼 지폐를 집어 자신의 옷에 넣었습니다.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바로 경찰에 붙잡힌 그는 범행을 인정하며 "교도소에서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려고 냄비에 손을 댔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노숙인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겨울을 알리는 상징이 된 구세군 자선냄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술에 취해 모금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시비를 걸거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시민이 낸 기부금을 슬쩍하려는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보다 3년 전에는 한 청년이 길에 있는 자선냄비를 들고 도망갔습니다.
그는 공중화장실에서 드라이버로 냄비를 뜯어 20만원을 꺼내 갔다가 다른 범죄 혐의와 함께 기소돼 징역 1년6개월을 받았습니다.
구세군 측은 "사실 도난 사고보다도 노숙인들이 자원봉사자에게 다가와 '정말 불우한 이웃은 나다, 날 도와달라'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왜 여기서 길을 막느냐'며 시비를 거는 취객도 다반사"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시비의 빈번한 원인은 '소리'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허정룡 판사는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종소리가 시끄럽다"며 자선냄비를 넘어뜨리고 발로 밟은 60세 여성에게 지난달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구세군 관계자는 "종소리는 자선냄비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목적인데 인근 상인처럼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분들이 불만을 나타낼 때도 있다"고 말했으며, 이 때문에 구세군은 소리가 크고 작은 3가지 종을 준비해 실내·외 등 장소에 맞게 쓰고 있습니다.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한국에 처음 울린 것은 1928년으로, 올해 87년째 겨울 거리를 사랑으로 덥히고 있습니다.
한편 이달 1일 시종식을 한 구세군은 전국 450여 곳에서 모금 활동 중이며, 올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68억3천만원을 넘어 70억원을 모은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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