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회사 고위 임원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한 미공개정보로 주식을 매매해 부당이득을 취한 정황이 수사 당국에 포착됐다. 지난 5월 전격적으로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은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일부 주주들의 극심한 반대 속에서도 삼성그룹의 의지로 성사됐다. 이런 점에서 고위 임원들이 합병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가 확인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삼성그룹 고위 임원 9명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합병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원 9명은 삼성그룹 3~4개 계열사 소속으로, 사장급 임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조단은 수사를 마무리한 이후 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으로 넘길 계획이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 9명 임원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발표한 5월 29일 직전에 제일모직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두 회사가 합병의 합병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구조로, 합병이 이뤄지면 제일모직 주가 상승이 예상됐다. 실제로 제일모직 주가는 합병 발표 전인 4월부터 5월사이 13만원에서 17만원 수준에서 오르내리다가 합병 발표 당일에는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오르면 18만 8000원에 마감했다.
합병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게된 이들은 삼성 임원 9명은 시장에서 제일모직 주식 400~500억원어치를 매수해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수상한 거래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포착됐다. 자본시장조사단은 거래소가 포착한 삼성 임원들의 주식거래 내역을 토대로 미공개 정보이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삼성그룹 측은 “조사 대상에 오른 임원진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제일모직 주식을 매수한 것은 사실”이라며 “대부분 투자 금액이 1억∼2억원대이고 미공개 정보 이용이 아닌 정상적인 투자였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물산쪽에 불리한 구조로
[한예경 기자 / 최재원 기자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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